"298억 뇌물 등 사안 중대" vs "무리한 수사로 범죄 엮어"
뇌물죄가 향배 판가름 관측…내일 새벽 구속 여부 결정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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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법원에서 장시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이날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 6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

강 판사는 심문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오후 1시 6분부터 1시간 동안 휴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때 경호원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와 마주보는 피의자석에 앉았다.

영장심사에선 통상 심문 대상이 피의자로 호칭된다. 강 판사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호칭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피의자로 불렀을 가능성이 크다.

영장심사는 검찰측에서 먼저 범죄사실 요지와 구속 필요성 등을 변호인단이 반박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가 주요 혐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자 결백을 호소하며 적극적으로 심문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쟁점인 뇌물 등의 범죄사실을 반박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감정의 동요도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사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검찰 특별수사팀과 변호인단 간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투톱' 서울중앙지검 한웅재(47·연수원 28기) 형사8부장과 이원석(48·연수원 27기) 특수1부장, 수사관 4명 등 총 6명을 투입해 '배수진'을 쳤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전체 13개 혐의의 입증 정도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298억원대 뇌물을 받은 죄질을 집중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뇌물죄 입증이 이번 영장심사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준비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검찰은 아울러 ▲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774억원대 출연 강요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 비협조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 퇴출 압박 ▲ 최순실(61)씨 사익 추구 지원 및 민간기업 인사 개입 등 대통령의 권한·지위를 남용해 헌정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판단한 사안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청와대·정부 관계자와 공범들이 대거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그동안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해온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 역시 주요 설득 논리였다.

검찰의 파상공세에 맞서 박 전 대통령측은 변호인단의 '사령탑'격인 유영하(55·연수원 24기)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 변호인단에 참여한 채명성(39·연수원 36기) 변호사로 방어진을 구축해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측은 유죄 판결시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 혐의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에서 직접 자금을 받은 것은 최순실(61)씨로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뇌물죄로 엮었다는 게 변호인측 판단이다.

특히 삼성의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로 본 것은 법리상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출연 당시에는 재단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뇌물을 받을 주체가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재단 출연금은 정부 시책에 따라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으로 이를 압박하거나 강요한 바 없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바 전혀 없다고 방어막을 쳤다.

최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사익 추구 행위에 협조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선 "모든 것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도록 지시했으며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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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의 파면으로 이미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감까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며 국격이나 국가적 위신을 고려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호소하는 등 심리전도 병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영장심사 결과가 뇌물 등의 주요 범죄사실의 입증 수준에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강 판사는 영장심사에서 다툰 내용과 12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 및 증거자료, 변호인측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31일 새벽께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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