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여지없이 막말이 쏟아진다.미국 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대선판도 막말로 얼룩진다.대선 주자 뿐 만이 아니다.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마저 이슈가 터질 때마다 막말을 퍼붓는다.마치 ‘막말 퍼레이드’를 보는 듯하다.학력과 사회적 지위,품위,지성도 소용없다.국회의원,교수,방송인 할 것 없이 너나없이 막말 열차에 동승한다.그렇다고 누구의 표현처럼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이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막말은 노이즈 마케팅 수준을 넘어선다.그는 “지금 민주당 1등 후보는 뇌물 먹고 자살한 대장(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문재인 후보)”라고 했다.“인두겁을 썼다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는 비판이 뒤따랐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서도 “유죄가 확정되면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그는 또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 참사의 장본인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파산관재인을 맡았다”고 주장,법비(法匪)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인 정미홍 씨의 막말은 입에 담기조차 거북하다.그녀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바닷물에 쓸려갔을지 모르는 그 몇 명을 위해서 수천억을 써야하나”라며 “세월호 천막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싶다”고 했다.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는 “탄핵되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신연희 강남구청장은 SNS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놈현’,문재인후보를 ‘문죄인’으로 바꿔 표현했다.문 후보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글까지 올렸다.이들의 말과 글 어디에서도 품격을 찾을 수 없다.오로지 독기와 악의적 저주만 보인다.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트럼프 후보가 막말을 쏟아내자 이렇게 말했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급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행동한다)”고.지도자의 말은 누가 뭐래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메시지가 분명하고 울림이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말과 표현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날카로운 시민정신이 요구된다.관종해이지폐(寬縱解弛之弊)라는 말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하다보면 우리사회가 짊어져야 할 폐해가 너무 커진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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