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장진   수필가
▲ 황장진
수필가
겨울철과 이른 봄은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손전화가 고요를 깨며 아우성친다,어서 일어나라고.얼굴을 손바닥으로 50여 차례 세게 비비고,귀 아래위 가운데를 36번 세게 잡아당긴다.양 손가락을 세워서 머리를 100번 두드린다.정신이 번쩍 든다.물 푸기 동작으로 일어난다.
‘얼씨구! 발이 왜 이리 저리지?’
‘아아! 어제저녁엔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았구나.’
첫 양칫물은 변기통에다 뱉는다.냉장고를 열고 뽀얀 우유를 한 컵 가득 채운다.컵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1’을 누른다.다 데웠다고 아우성치면 문을 비켜서서 열고 꺼내 고소함을 즐긴다. 1시간의 말랑말랑한 흙 운동장 걷기 운동이 끝난다.보름달이 환하게,샛별이 반짝 웃는다.검은 바지에 묻은 먼지는 스펀지로 말끔히 닦아낸다.샤워한다.잠자던 살갗들이 모두 깨어나는 것 같이 기분이 상쾌하다.욕조를 고운 소금과 버터 우유를 섞어 닦는다.화분과 창문틀도 버터로 닦는다.죄다 새것처럼 반짝거린다.
냉장고 문을 다시 연다.간밤에 냉장고에 소주 20.1 %짜리를 뚜껑을 열고 넣어 두었더니 냉장고 냄새가 안 난다.맨 아래 칸에서 사과를 꺼낸다.행주로 씻기 귀찮아 손바닥으로 흐르는 물에 뿌드득뿌드득 씻는다.껍질 두께를 될 수 있는 대로 얇게 깎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운다.4등분 한 것 중에서 비교적 크게 잘린 두 조각을 밥솥 곁에 놔둔다.일하면서 들라고.엊저녁 차 안에 넣어 둔 사과는 차 냄새를 다 빨아들였겠지. 창고 들머리 주머니 속 양파는 빵 탓일까 사 온 지 한 참되었는데도 싹이 트지 않아 다행이다.베란다의 고추와 동거하던 흰쌀과 검은 쌀,좁쌀과 수수 쌀,콩을 곁들인 5곡 밥은 압력밥솥에서 달가닥 소리와 함께 뜸이 들어가고 있다.
가스레인지 위에선 어제 갓 뽑아 온,냉이 무리가 냄비 속에서 된장 찜질에 헉헉대리라.끓어 넘칠까 봐 나무 주걱이 올라타고 느긋하게 누워서 즐긴다.곁의 널찍한 프라이팬 속에서는 노란 달걀 2개가 익어가고 있다.소금 맛을 즐기면서.잘게 부순 달걀껍데기는 보온병 속에서 물과 함께 청소 꾼 노릇을 한다. 오늘 아침도 밥그릇 실랑이는 또 일어날 것 같다.
“이 밥 좀 덜고 줘요.”
“아이고! 고것도 많다고 또 덜어요,힘을 어찌 쓰려고?” 올챙이배가 걱정마라고 쑤욱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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