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발이 왜 이리 저리지?’
‘아아! 어제저녁엔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았구나.’
첫 양칫물은 변기통에다 뱉는다.냉장고를 열고 뽀얀 우유를 한 컵 가득 채운다.컵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1’을 누른다.다 데웠다고 아우성치면 문을 비켜서서 열고 꺼내 고소함을 즐긴다. 1시간의 말랑말랑한 흙 운동장 걷기 운동이 끝난다.보름달이 환하게,샛별이 반짝 웃는다.검은 바지에 묻은 먼지는 스펀지로 말끔히 닦아낸다.샤워한다.잠자던 살갗들이 모두 깨어나는 것 같이 기분이 상쾌하다.욕조를 고운 소금과 버터 우유를 섞어 닦는다.화분과 창문틀도 버터로 닦는다.죄다 새것처럼 반짝거린다.
냉장고 문을 다시 연다.간밤에 냉장고에 소주 20.1 %짜리를 뚜껑을 열고 넣어 두었더니 냉장고 냄새가 안 난다.맨 아래 칸에서 사과를 꺼낸다.행주로 씻기 귀찮아 손바닥으로 흐르는 물에 뿌드득뿌드득 씻는다.껍질 두께를 될 수 있는 대로 얇게 깎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운다.4등분 한 것 중에서 비교적 크게 잘린 두 조각을 밥솥 곁에 놔둔다.일하면서 들라고.엊저녁 차 안에 넣어 둔 사과는 차 냄새를 다 빨아들였겠지. 창고 들머리 주머니 속 양파는 빵 탓일까 사 온 지 한 참되었는데도 싹이 트지 않아 다행이다.베란다의 고추와 동거하던 흰쌀과 검은 쌀,좁쌀과 수수 쌀,콩을 곁들인 5곡 밥은 압력밥솥에서 달가닥 소리와 함께 뜸이 들어가고 있다.
가스레인지 위에선 어제 갓 뽑아 온,냉이 무리가 냄비 속에서 된장 찜질에 헉헉대리라.끓어 넘칠까 봐 나무 주걱이 올라타고 느긋하게 누워서 즐긴다.곁의 널찍한 프라이팬 속에서는 노란 달걀 2개가 익어가고 있다.소금 맛을 즐기면서.잘게 부순 달걀껍데기는 보온병 속에서 물과 함께 청소 꾼 노릇을 한다. 오늘 아침도 밥그릇 실랑이는 또 일어날 것 같다.
“이 밥 좀 덜고 줘요.”
“아이고! 고것도 많다고 또 덜어요,힘을 어찌 쓰려고?” 올챙이배가 걱정마라고 쑤욱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