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비가 지나간 하늘이 더없이 맑다.흐릿한 시야가 트이고 세상은 한층 선명하게 보인다.남녘에는 만개한 꽃소식이 다투어 전해진다.시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봄기운은 어디서도 더는 감출 수 없다.산천초목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으로 짙어간다.계절은 어느새 4월로 접어들고 봄기운이 완연하다.절기의 봄(立春)은 2월4일로 이미 두 달 전의 일이다.그러나 실제의 봄은 4월이 시작이라 해도 될 것이다.
이 달은 일 년 농사가 시작되는 중요한 달이다.바로 내일(4일)이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는 절기인 청명(淸明)이다.이 무렵이면 얼었던 땅이 완전히 풀리면서 씨앗을 준비하고 논둑 밭둑을 손질한다.청명으로부터 보름정도 지나면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20일)다.때에 맞춰 비가 적당히 내리면 한 해의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고 하는데 농사도 어려워진다.
4월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추수가 달라지고 한 해의 결실이 좌우된다.무엇보다 사람이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준비하고 땀을 흘려야 한다.씨앗이 싹을 틔우고 잘 자라도록 비가 적당히 내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농부가 정성을 다하고 시절에 맞는 기상조건이 보태질 때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사람이 제 할 일을 다 하고 자연의 힘이 조화를 이뤄 농사가 결정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사일이 시작되는 4월의 의미가 각별하다.스페인에는 “4월과 5월을 내게 주면 나머지 달은 모두 네게 주겠다”는 속담이 있고,독일에는 “4월과 5월은 그 해의 열쇠”라는 격언이 전한다.이 때가 일 년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시기라는 것을 말한다.“4월의 소나기는 5월의 백화(百花)를 가져온다”는 말도 있다.그러나 이 4월의 단비도 준비하지 않는 농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2017년의 4월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5월9일 대선을 앞두고 열기가 달아오른다.각 당의 후보 선출이 막바지에 이르고 곧 대진표가 나온다.15,16일 이틀간 후보등록을 거쳐 17일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국민과 유권자들은 농부의 심정으로 이 계절을 맞게 된다.게으른 농부가 풍년을 기약할 수 없듯,잠자는 유권자가 좋은 정부를 가질 수 없다.어떤 지도자를 가질 것인가? 이 4월에 하기 나름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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