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는 나무가 쓴 역사다.‘나이테 너비 변동 그래프’를 처음 만든 미국의 천문학자 더글러스(A. E. Douglas)박사가 이 같은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1914년 그와 그의 동료들은 1000년 넘게 자란 폰데로사 소나무(Ponderosa pine)를 연구한 끝에 “나이테의 너비가 일정하지 않은 것은 그해 온도와 강수량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나무의 나이테가 태양흑점의 발생주기와 지구의 기상변화를 고스란히 기록한다는 것이다.한 그루의 나무가 우주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니….놀랍지 않은가.
이 땅에 뿌리박고 선 나무는 그 자체가 역사다.사람과 어우러지면서 인간의 역사에 편입되기도 한다.마을 어귀에 버티어 선 느티나무가 그렇고 성황당을 에워싼 신목이 그렇다.뿌리를 내린 그 곳에서 신화와 전설을 만들고 인간세상과 어우러진다.나무는 인간과 달리 제 한 몸속에 세대를 축적한다.작가 김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무의)지나간 세대는 동심원의 안쪽으로 모이고 젊은 세대가 몸의 바깥쪽을 둘러싼다/…/이 젊은 세대는 점차 기능이 둔화되고 마침내 정지되어 동심원의 안쪽으로 숨어들고 나무껍질 밑에는 다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난다”고.한 그루의 나무에서 젊음과 늙음,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것이다.
나무는 베풀고 인간은 향유한다.이 공식은 가끔 어긋나기도 하지만 그 어긋남(일탈)은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한 인간의 수고로움일 뿐이다.교감의 근저에 인간의 이기와 욕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이기적인가.인간이 나무와 꽃에 붙인 상징을 들여다보면 이기심은 더욱 또렷해진다.그 자체가 괴롭힘의 흔적이다.‘회양목-참고 견뎌냄,측백나무-견고한 우정,소나무-불로장수,삼나무-그대를 위해 살다’라는 의미부여가 도대체 나무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제(5일)는 72회 식목일이었다.전 국토의 63.2%(633만5000ha)가 산림으로 뒤덮인 나라,그 중에서 강원도의 산림은 21.6%(136만9000㏊)에 이른다.1ha의 숲은 연간 16t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12t의 산소를 방출한다.이는 하루 44명(1인당0.75kg)이 숨 쉴 수 있는 양이다.강원도를 강원도답게 하는 이 나무들이 강원도에서 어떤 나이테를 그려낼지 궁금하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