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뿌리박고 선 나무는 그 자체가 역사다.사람과 어우러지면서 인간의 역사에 편입되기도 한다.마을 어귀에 버티어 선 느티나무가 그렇고 성황당을 에워싼 신목이 그렇다.뿌리를 내린 그 곳에서 신화와 전설을 만들고 인간세상과 어우러진다.나무는 인간과 달리 제 한 몸속에 세대를 축적한다.작가 김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무의)지나간 세대는 동심원의 안쪽으로 모이고 젊은 세대가 몸의 바깥쪽을 둘러싼다/…/이 젊은 세대는 점차 기능이 둔화되고 마침내 정지되어 동심원의 안쪽으로 숨어들고 나무껍질 밑에는 다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난다”고.한 그루의 나무에서 젊음과 늙음,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것이다.
나무는 베풀고 인간은 향유한다.이 공식은 가끔 어긋나기도 하지만 그 어긋남(일탈)은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한 인간의 수고로움일 뿐이다.교감의 근저에 인간의 이기와 욕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이기적인가.인간이 나무와 꽃에 붙인 상징을 들여다보면 이기심은 더욱 또렷해진다.그 자체가 괴롭힘의 흔적이다.‘회양목-참고 견뎌냄,측백나무-견고한 우정,소나무-불로장수,삼나무-그대를 위해 살다’라는 의미부여가 도대체 나무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제(5일)는 72회 식목일이었다.전 국토의 63.2%(633만5000ha)가 산림으로 뒤덮인 나라,그 중에서 강원도의 산림은 21.6%(136만9000㏊)에 이른다.1ha의 숲은 연간 16t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12t의 산소를 방출한다.이는 하루 44명(1인당0.75kg)이 숨 쉴 수 있는 양이다.강원도를 강원도답게 하는 이 나무들이 강원도에서 어떤 나이테를 그려낼지 궁금하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