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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강릉, 그리고 평화올림픽

최동열 2017년 04월 10일 월요일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북한 선수단이 강릉을 다녀갔다.‘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세계 여자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에 북한이 출전한 것이다.
사실 올해초 북한 참가설이 피어오를 때만 해도 취재기자들 조차 “(북한은)와봐야 아는 것”이라고 반신반의했다.오면 좋겠지만,금강산과 개성공단 등의 남북 교류가 대부분 중단·폐쇄되고,잇단 핵 위협 도발로 동북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예측불허 존재인 북한이 강릉을 찾아와 9일간이나 체류했다.경포 바닷가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솔밭에서 체력훈련을 하는 모습 등이 매일 큼지막하게 신문 지면을 장식했고,‘남북공동응원단’이 몰려 화합의 아리랑을 합창했다.지난 6일 역사적인 남북대결이 벌어졌을 때는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그대로 강릉하키센터에 만원 관중이 운집했다.남북은 멀어졌으되 강릉의 올림픽 경기장은 북한 선수들에게 안방처럼 우호적이었다.
북한 이라는 대형 ‘변수’가 모습을 나타내면서 올림픽 붐업도 큰 힘을 받았다.최순실 일파의 먹잇감이 될 뻔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냉기류에 휩싸였던 동계올림픽은 북한 선수단의 ‘깜짝’등장으로 그야말로 화톳불을 지폈다. ‘평화올림픽’ 기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최문순 도지사는 “북한이 내년 올림픽에 참여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평창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추진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긴장도가 높은 한반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정세 안정에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올림픽을 말할 때 언필칭 ‘인류 평화’,‘지구촌 화합’ 등 여러 거창한 구두선(口頭禪)이 따라붙지만,남북관계 경색이 심화되고,미·중 등 외세의 힘겨루기까지 더해지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로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가 누가 뭐래도 가장 중요한 올림픽 화두다.
그러나 한반도의 정세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북한 선수단이 강릉에 머무는 와중에도 지난 5일 다시 동해상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2년 7개월 만에 남쪽을 찾아온 북한 선수단과 언론 접촉이 철저히 통제되고,그 흔한 장외 환영 행사 하나 없었던 것은 오늘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이번에 동시에 이뤄진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강릉행과 우리 여자축구 대표팀의 평양행이 어느 때 보다 소중한 발걸음으로 여겨진다.떠들썩하지는 않지만,남북관계에 한줄기 햇살이 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 각계에서 잇따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옛 장면 하나를 떠올렸다.지난 1996년 강릉 앞바다에서 좌초한 채 발견된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이다.사실 강릉은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가장 먼저 남침을 개시했던 곳 이라는 것을 알리는 ‘남침 사적탑’이 정동진 등명 해변에 세워져 있고,무장공비 침투에 잠수함까지,어찌보면 가장 치열하게 ‘냉전’의 아픔을 경험한 곳이다.그런 곳에서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는 것 이기에 북한의 참가와 평화올림픽 구현이 더욱 중요한 어젠다가 되는 것이다.9일간,벚꽃 흐드러지는 남녘의 봄과 함께한 북한 선수단은 9일 아침 석별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며 강릉을 떠났다.내년 2월 평창과 강릉에서 다시 그들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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