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민   한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홍석민
한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헌법 20조 2항에 종교와 정치의 엄격한 분리를 규정해 놓고 있다. 모든 국민의 종교에 대한 자유, 국교의 불인정, 그리고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서구사회에서 치열한 종교전쟁을 경험하였기에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헌법을 통해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명문화한 것이다. 아마도 근본 취지는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 불의를 보고도 종교가 눈을 감으라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종교가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의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권력에 아첨하여 기득권을 유지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됨이 옳다. 투표행위를 통해 다수결의 원칙을 유지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종교는 매력적이다. 매주 종교의식이 집행되고 있고 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정치지도자들은 종교지도자와의 협력을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으면 그들의 지지층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에서 보면 정치도 역시 매력적이다. 선교라는 명분아래 종교의 세력 확장은 정치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종교에 많이 속해 있을수록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종교나 정치의 기득권 세력이 연합하여 독자적인 세력을 키우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정치지도자가 특정종교의 의식에 참여하고, 종교지도자는 반대급부로 기득권세력에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비록 사회에서 자행되는 행위가 부정하고 부패할 지라도 종교는 정치의 기득권세력에 편승하여 외면한다. 종교를 통해 위로가 필요한 장소에 종교를 찾아볼 수 없고, 정치가 필요한 절박한 시점에는 정치가 없다. 예수가 이 땅에 올 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오라고 했지 부유하고, 힘이 있는 자들을 위해 오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종교지도자들은 교인들을 앞세워 집회참석을 선동하거나 세습화를 위해 노력하지 말기 바란다. 진정으로 종교, 종교지도자, 그리고 정치지도자가 있어야 할 장소는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래야 정치가 정치답고, 종교가 종교다운 것이다. 정치가 필요한 장소에 종교가 있고, 종교가 필요한 곳에 정치가 있다면 사회는 발전하지 못한다.
종교나 정치의 파워엘리트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자본과 물질자본을 축적함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있다면 그 부정적인 카르텔 네트워크를 과감히 잘라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정의로운 공동체의 구성을 위해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종교는 올바른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정의롭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정치가 이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건강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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