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우   시조시인·수필가
▲ 이흥우
시조시인·수필가
산행을 하면서 언젠가 검봉산 8부 능선쯤에서 직경이 4, 5미터 되는 원형 구덩이를 발견했다. 한눈에 보아도 폭탄이 아니면 포탄흔적이었다. 논의 끝에 포탄흔적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사이에 만들어진 흔적들이니 60년이 넘게 그 흔적들에는 풀들이 자라다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자취까지 새겨놓고 있었다. 온갖 비바람에 씻기면서도 웅덩이 모습을 이어가면서 후세에게 전쟁의 참화를 이야기 해주고 싶어 하고 있었다.
웅덩이 둘레를 밟아봤다. 여기 지금도 이렇게 큰 흔적이 여전한데 포탄이 떨어질 당시는 어떠했을까. 여기서는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절규하고 죽어갔을까. 그 병사들은 누구를 위하여 왜 죽어야 했을까. 찢기고 피 흘리던 현장을 지금은 조용히 구덩이가 지키고 있었다.
춘천은 6·25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다. 시가지 건조물 등에 남아있던 전쟁의 흔적들은 개발이나 미관 등의 명목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지 오래다. 더 훼손되기 전에 찾아서 국민 안보 교육 자료화를 서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안보관이 흔들린다고 한탄하기 전에 안보관을 바로세울 수 있는 방안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보살피기 바란다.
문화재청에서는 고대 사람들이 살던 흔적이 발견되면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존을 하고 있다. 이 포탄의 흔적은 이제 60여년을 넘긴 근현대사의 뼈아픈 흔적들이다. 그 시대를 살던 의식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아무도 모를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들어내려는 노력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생각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였다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계관님들께 공개적으로 건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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