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데인 것 처럼/눈물에 베인 것처럼/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괴롭다/내가 사는 것인지 세상이 나를 버린건지/하루가 일년처럼 길구나(하략)” 도망한 노비를 소재로 2010년 방영됐던 드라마 ‘추노(推奴)’의 OST 도입부다.이 노래는 추노꾼에 의해 붙잡혀 온 노비들이 자신의 이마에 ‘노(奴)’라는 낙인을 찍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를 담았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누군가 “그는 원래 ∼야”라고 한마디 해 줌으로써 우리는 마치 그 사람의 행동전모를 모두 이해하는 것으로 느낀다.맞선 자리에서 “저는 시골 출신으로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장남입니다”라고 한다면,상대방 여성은 일단 ‘시골’ ‘홀어머니’ ‘장남’이란 단어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신랑감으로서 호감을 얻기 힘든 것은 물론이다.일상에서의 낙인찍기의 사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낙인효과(Stigma effect)’라고 정의한다.부정적으로 낙인찍히면 실제로 그 대상이 점점 더 나쁜 행태를 보이고,나아가 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그래서 낙인을 찍히게 되면 단순히 개인대 개인간의 인식의 문제뿐만 아니라 집단 따돌림의 인간성 상실로 나타나거나,공격도구로 쓰인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반면 낙인찍기의 해악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낙인대상에 대한 차별적 행위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이의를 제기하라고 조언한다.또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도 낙인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낙인대상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잘못된 인식된 것을 바로잡는 길도 있다.
대선 레이스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상대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낙인찍기용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향한 것이다.그 중 무슬림에 서로의 성을 붙여 ‘과격하다’는 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문슬림’ ‘안슬림’이 대표적이다.‘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당선된다)’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上王)된다’는 말도 생겼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낙인찍기 전술이 이번 대선판에 횡행하더라도 성숙한 시민들은 주권자로서 손색없는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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