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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판사는 때때로 판결 대신 조정을 하려할까?

이석준 2017년 04월 12일 수요일
▲ 이석준   춘천지법 기획공보 판사
▲ 이석준
춘천지법 기획공보 판사
필자가 맡았던 사건 중에 주택에 세 들어 살고 있던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250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임차인은 임대차계약 기간 36개월 중 12개월만 살았다.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문제된 주택에서 거주하지 않고 도중에 새로 배정된 관사에서 살았으며 계약 기간 중에 관사가 배정된다면 임대인이 언제든지 계약기간을 축소해주기로 합의한 만큼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줘야한다는 것이었다.임대인은 이에 대해 임대차기간 축소 합의를 해준 적은 없어서 임차인은 임대차기간 36개월의 차임을 모두 내야하지만 처음 12개월 외에 나머지 24개월 동안의 차임을 계속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지급 차임이 위 임대차보증금에 공제되는 등의 이유로 거의 남지 않게 됐으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차인은 처와 2명의 자식을 두고 있는 가장으로 박봉에 모아놓은 돈은 별로 없었다.임차인에게는 위 임대차보증금이 거의 전재산이나 다름없었다.때문에 이 재판에 매우 필사적이었다.반면 임대인은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어느 정도 부유한 사람으로 2500만원은 임차인의 경제적 상황에 비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당시 계약서에 임대차기간을 36개월로 자필로 적어놓았고 기록을 보더라도 당사자들 사이에 임대차기간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는지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게다가 임차인은 관사로 이사갈 당시 문제가 된 주택의 문을 잠궈놓았고 열쇠를 임대인에게 넘겨주지 않았다.따라서 임대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주택을 임대해줄 수 없어 주택은 임차인이 계속 점유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만약 임대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택을 임대하기 위해 그 주택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다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모두 임차인이 경제적 약자라고 해 임대인을 상대로 무조건 이기게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임차인의 주장만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공정한 재판도 아니고 타인의 사적 재산을 침해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배석판사였던 필자는 고민 끝에 당시 같은 재판부에 계시던 재판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사자들에게 조정에 응해볼 것을 권유해보았다.임차인은 조정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태도나 행동에 비추어 볼 때 재판부에서 조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표정이었다.일단 임차인에게 법률 조력인들에게 이 사건에 대하여 물어보고 조정 여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주기로 했다.결국 3주 후 임차인은 조정에 응할 뜻을 나타냈다.그리고 조정기일에 다행히 임대인도 금액 부분에 대해 양보,절반 이상의 금액을 임차인에게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례와 같이 민사사건에서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당사자가 법적으로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건이 종종 생긴다.그럼에도 법률로만 기계적으로 재단하해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이러한 의문 없이 그대로 판결을 선고한다면 최근에 회자되는 이른바 ‘AI(인공지능) 판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판결의 틈새에 대해 판사는 법률 뿐만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 등을 고려해 여러 법적 장치를 통해 이를 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조정은 매우 유용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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