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현대사회를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순간적인 감정과 열정으로 일관하며 끝없이 방황하고 있는 군상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면 무리한 표현일까. 누군가는 ‘속도는 기계의 시간이며, 느림은 자연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우리는 어느 누구할 것 없이 누구에겐가 쫓기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있다.
자신은 천천히 살고 싶어도 빨리만을 추구하는 주위의 시선과 환경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도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발원됐다. 패스트푸드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높은 칼로리와 건강과는 동떨어진 식재료들로 인해 트랜스지방에 찌든 현대인들로부터 서서히 외면받고 있는 듯하다. 느림을 추구하는 여러 현상들은 속도 경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푯대없이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이자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지금껏 얼마나 이런 것들을 애타게 갈구하고 있었는지 여실히 방증한다.
아날로그적 미학을 추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더 자연친화적이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진정 풍요로운 사회가 아닐까. 김은경·춘천시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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