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희   강릉시장
▲ 최명희
강릉시장
봄이다.겨울이면 으레 강원도를 찾아오는 폭설에 눈삽을 들고 열심히 눈을 쳐내던 일이 바로 어제 같은데,목덜미에 느껴지는 따듯한 기운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봄이다.온 천지에 연분홍빛 벚꽃잎이 흩날리는 찬란한 봄.어느 봄엔가 같이 길을 걷던 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벚꽃이 사계절 내내 환하게 피어있다면,그때도 이렇게 아름다울까?’
‘찰나’이기에 아름다운 반면 오랫동안 우리 곁에 함께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같이,오랜 친구와의 우정과 같이.우리는 아름다운 것들과 더욱 오래 함께 하기 위해 마음을 쓴다.찰나의 봄,벚꽃이 피어나는 잠깐 사이를 반겨하는 것은 이들을 통해 우리 곁을 오래 지켜주는 것을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비전은 모든 어린이가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이며,우리의 기도는 모든 사람들이 이 비전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월드비전의 목표를 담은 한 문장이다.‘풍성한 삶이란 무엇인가?’ 월드비전 강원본부장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잠비아 방문은,스스로에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28명의 방문단과 함께 찾은 잠비아 충고지역은,우리나라와 7시간의 시차를 가진,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야만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다.떨리는 가슴으로 찾아간 그 곳에서 우리가 가장 처음 맞이한 미소는 만돈도(Mandondo) 초등학교 학생들의 밝은 얼굴이었다.그들은 환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그 웃음 이면에 펼쳐진 그 곳은 학교라기에는 무척이나 열악한 곳이었다.교실이 부족해 저학년과 고학년이 오전과 오후로 수업을 나누어 받아야 하는 이곳에,다른 교육 시설을 비롯해 교사들의 숙소조차 마련되지 못한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그렇기에 학생 수는 340여명에 이르지만,교사는 오로지 다섯뿐이었다.한 명의 교사가 70명의 학생을 맡아 가르치고,길러야 하는 것이다.
더욱 안타깝게도,이렇게나마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동은 전체 아동의 겨우 절반뿐이라고 한다.빠르게 증가하는 인구수를 적은 학교 시설로 전부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학교의 절대적인 수 자체가 부족하다보니,아이들은 2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학교를 오가야 하고,이 때 발생되는 치안문제로 일부 여학생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학교를 향해 걷는 길이,이 아이들에게는 당장의 목숨을 걸고 걷는 길인 것이다.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아이로서 보다는 가족의 노동력으로서 각종 농사일을 비롯해 소와 염소를 모는 등의 고된 일을 맡는다.
한철 잠깐 피었다 지는 삶을 어찌 ‘풍성한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풍성한 삶이란 찰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단 오늘이,오늘보단 내일의 삶이 더욱 찬란할 것이며,이 찬란함이 그 다음날에도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만 자라날 수 있다고,나는 생각한다.그리고 그 믿음은 어느 정도 이상의 물질적 기반이 있어야만 싹을 틔워낼 수 있을 것이다. 잠비아에서 올려다 본 낮의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낮아서,조금만 노력하면 그 곳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을 잡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밤하늘에는 별이 무수히 빛났고,지평선은 저 멀리까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그 때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되어 있다.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지구촌 저편에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직 생생하다.
5월에는 ‘사랑의 빵’ 순회모금 캠페인이 11일부터 강릉시를 출발하여 18개 시군으로 전개된다.시청 1층 로비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이웃사촌 잠비아 어린이들의 풍성한 삶을 위한 작은 사랑 나눔을 실천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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