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형   강원도선관위 상임위원
▲ 이계형
강원도선관위 상임위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시련의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벚꽃과 유채꽃이 분홍과 노랑으로 온 세상을 물들이는 설레임의 4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매번 겨울에 치르던 대통령선거가 새로운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 새로움이 유권자인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고 TV나 신문지면에는 후보자들의 공약들이 수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느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가 되었다. 이럴 때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단어가 매니페스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매니페스토의 시작은 1834년 영국이다. 로버트 필이라는 보수당 당수가 “겉만 번지르르한 공약으로 순간의 환심은 살 순 있다. 그러나 결국은 실패한다”며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를 제시해 집권에 성공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블레어는 ‘25세 미만 청년 25만명 고용’, ‘5∼7세 아동 학급 규모 30인 이하로 축소’ 등의 세밀한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 하나하나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포함시켜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매니페스토는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시민운동의 성격으로 도입되었다. 일부 시민단체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도하여 지방선거를 정책선거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단체, 언론, 학계 등 전문가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었고, 유권자들의 관심과 대중적인 호응도가 없어 인지도는 저조한 편이었다.매니페스토 관련 연구논문에 따르면 2010년도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유권자의 비율이 30%였지만, 그 뒤 2014년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20% 이하로 줄어들었다. 여전히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을 검증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혈연·학연·지연 등을 보고 선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희망을 가져볼 만한 대목은 매니페스토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유권자들의 과반수 이상이 후보자를 결정하는데 매니페스토를 통한 검증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매니페스토에 대해서 몰라서 이를 통한 선택을 못했을 뿐이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아는 만큼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격언처럼 이제 모든 유권자가 매니페스토를 제대로 알고 그를 통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무조건적인 투표참여만이 아닌 매니페스토의 이해를 통한 투표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외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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