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원리와 성패는 고금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춘추좌전(春秋左傳)’에 중국 춘추시대 은공(隱公)때 이런 일이 전한다.정(鄭)나라와 식(息)나라 사이에 분쟁이 생겨 식나라 군주 후작이 정나라 정벌에 나선다.국경에서 정나라 군주 백작과 마주쳐 크게 싸우는데 결과는 식나라의 대패로 끝난다.그런데 싸움의 결과는 이미 싸우기 전에 드러났다고 한다.
옳지 못한 다섯 가지를 범하는(犯五不韙) 전조(前兆)가 있었다.그 첫째는 덕을 헤아리지 않았다(不度德)는 것이다.덕은 모든 통치행위의 기본이 된다.요즘으로 치면 지도자의 인품과 관련이 있겠다.지도자의 넉넉한 인품이 없이 덕치(德治)가 어렵다.둘째는 자신의 힘을 가늠하지 않았다(不量力)는 점이다.자신을 아는 것은 정치 이전의 문제다.자신의 역량을 알고 걸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의지 못지않게 실력을 갖춰야 한다.인품과 경륜이 겸비돼야 비로소 지도자의 권위가 서고 리더십이 생긴다.셋째는 친척과도 친하지 않았다(不親親)는 것이다.식나라 군주와 정나라 군주는 같은 성씨의 혈족이었지만 반목하고 전쟁을 마다하지 않았다.권력자가 친족을 싸고도는 것도 문제지만 내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친족을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관리하는 것이 예나지금이나 관건이다.
넷째는 말의 시비를 가리지 않았다(不徵辭)는 점이다.언행의 일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급하다고 아무렇게 둘러대다 보면 스스로 그 함정에 빠져든다.신뢰 없는 정치,믿음 없는 지도자가 재앙을 부른다.다섯째는 죄가 있는 것을 살피지 않았다(不察罪)는 것이다.잘한 일에는 상을 주고 악행을 저지르면 벌을 줘야한다.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세상의 기강과 정치의 질서를 세우기 어려운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리더십의 구성요건이다.하물며 그 모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면 전쟁은 이미 해 보나마나였다.어찌 먼 옛날 남의 나라 얘길 것인가.오늘(17일)부터 19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다.이번 보궐선거를 가져온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식나라의 패망과 그 궤적이 닮았다.후보자의 인품과 경륜,친족,언행,법의식을 제대로 보고 골라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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