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지도자 가상으로 내세워
리더십 발휘못하는 대통령 비판

한국영화에서 대통령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1990년대 강우석 감독이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를 내놓으면서 정치고발 영화의 스타트를 끊는다. 2000년대 들어서도 영화 속에 대통령의 모습을 담기는 쉽지 않았다. 실존 대통령을 다룬 작품들은 개봉 이전부터 많은 논란과 법적 송사에 휘말리곤 했다. 국민의염원이 담긴 이상적 모습을 지닌 가상의 대통령을 그려 우회적으로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실존 대통령 다룬 영화
송강호가 주연한 ‘효자동 이발사’(2005·임찬상 감독)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가 된 주인공(송강호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6)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1979년 10.26 사건을 다룬 블랙 코미디영화다.2012년에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26년’(조근현 감독)이 화제였다. 5·18 희생자의 유족들이 시민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는 이야기다.‘변호인’(2014·양우석 감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소재로 한 영화다.

▲ 영화 ‘피아노치는 대통령’의 배우 안성기
▲ 영화 ‘피아노치는 대통령’의 배우 안성기

▲ 영화 ‘광해,왕이된 남자’의 배우 이병헌
▲ 영화 ‘광해,왕이된 남자’의 배우 이병헌

■이상적인 지도자 그린 영화
안성기·최지우가 주연한 로맨스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전만배 감독)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그해 12월 6일 개봉했다. 대통령(안성기 분)은 노숙자나 택시운전사로 변장해 민심을 살피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인기 대통령으로 나온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그해 9월 선보인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는 조선이 꿈꾸는 진정한 왕의 모습을 갖춘 하선(이병헌 분)의 이야기를 다뤄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최종 관객 수는 1230만명에 달한다.재난영화 ‘감기’(2013·김성수 감독)의 극 중 대통령(차인표 분)은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여러분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 영화 ‘판도라’의 배우 김명민
▲ 영화 ‘판도라’의 배우 김명민
■풍자 대상이 된 대통령
지난해 개봉한 ‘판도라’ 속 대통령은 풍자의 대상이다. 원전 폭발이 가져오는 재앙과 대혼란을 그린 이 작품에서 대통령은 실세 총리의 기세에 눌려 국가재난 생황에서 전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극 중 대통령(김명민 분)이 “도대체 누가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입니까”라며 하소연하는 장면이나 실세 총리(이경영 분)가 장관들에게 “대통령은 판단능력을 상실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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