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칠   춘주수필문학회장
▲ 김영칠
춘주수필문학회장
‘질풍노도’는 국어사전에서 ‘바람이 몹시 빠르고 힘차게 불며 놀이 성난 듯 거칠고 세차게 이는 상태’라고 설명한다.이 단어는 언뜻 혁명적인 사회변화나 정치적인 격동을 연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18세기 독일문학의 제 바탕 찾기 운동을 뜻하는 말이다.그 이전 까지만 해도 독일문학은 세계문학의 변두리에 있었다.문학 면에서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뒤진 상태에 있던 독일은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아 18세기 초반 문학의 혁신운동이 싹트기 시작했다.그 뒤를 이어 괴테와 실러 같은 뛰어난 신진작가들이 바통을 이어 나갔는데 이를 일러 ‘질풍노도 운동’ 또는 ‘폭풍노도(sturm und drang) 시대’라고 부른다.
이 혁명적인 문학사조를 분수령으로 하여 독일문학은 세계문학으로 나아가게 되었고 독일의 문화예술 또한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이 운동의 진정한 의미는 시대 변화를 능동적으로 읽어낸 선견과 이를 창조적으로 전개해 나간 슬기,그리고 이를 통하여 독일문학의 좌표와 위상을 바로세운 사명과 헌신에서 찾을 수 있다.독일문학과 사상은 여러 세기에 걸친 과정의 산물이긴 하지만,특히 17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를 중심으로 변화의 폭이 컸음을 알 수 있다.질풍노도운동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지닌 양심과 개성적인 감정 표출,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가 주된 특징으로,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의 틈새에 생긴 문학적 상처를 치료하여 건강미 넘치는 문화예술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이러한 문예사상사의 흐름에서 우리는 특히 괴테의 존재와 역할을 눈여겨보게 된다.괴테의 긴 생애(1749∼1832)는 바로 이 시기와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젊음과 철학,사랑과 문학이 싹튼 26년의 프랑크푸르트시절,그리고 현실참여와 경영,문학의 본질을 활짝 꽃피운 56년의 바이마르 시대는,한 천재의 숭고한 삶의 기록인 동시에 독일문학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괴테는 자서전 ‘시와 진실’에서 볼테르의 피상적인 가치관이 독일청년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에 관하여 ‘볼테르의 편파적인 비성실성과 또 그가 가치 있는 많은 대상들을 왜곡 시키는 것이 점점 더 혐오스러워졌다’고 질타하였다.그리고 질풍노도운동에 대해서는 ‘우리는 여러 번 길을 잘못 들거나 우회로를 택하는 등 방황했고 그리하여 다방면에서 또한 저 독일의 문학혁명(질풍노도운동)이 준비 되었던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독일문학과 모국어 사랑 그리고 질풍노도운동과 괴테,이 모든 단어들은 뗄 수 없는 응집력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괴테의 문학혼은 독일어에 대한 사랑 자체였다.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문화와 문학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자기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외국에 나가 바깥 공부를 해야만 국제화가 되고 세계화가 되는 것처럼 애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논리가 온당한 것인지에 대하여 선뜻 동의를 할 수 없는 것은 왜 일까? 200년 전 괴테의 가르침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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