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치악산에 다녀왔다는 후배로부터 문자가 왔다.“어쩌면 좋지요.치악산 돌탑이 무너졌어요.” 내가 나설 일이 아니거니 하면서 하루가 지났다.전화를 넣어 몇 번째 탑이 어떻게 무너졌느냐고 물어봤지만 이유는 모르겠고 아무튼 무너졌다는 설명이었다.치악산을 오를 때마다 용왕탑과 신선탑이 보이던 입석사 삼거리였는데 오늘은 하나는 또렷하지만 하나의 탑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내려앉은 모습이었다.조급한 마음에 가슴이 뛰고 걸음도 빨라진다. 헬기장을 지나 철계단을 올라섰다. 무너진 돌탑은 남쪽 맨 앞의 용왕탑이었다.지난 4월 6일 밤에 돌탑이 무너졌다고 했다.
동남향으로 무너져 내린 돌탑 주위로는 접근을 금지한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안내문구가 매달려 있는데 오는 4월 20일을 전후로 복원공사를 시작하고 한 달 내로 복구하겠다는 설명도 있었다. 치악산 비로봉의 돌탑은 원주에 살던 용창중이라는 사람이 쌓기 시작했다. 1964년의 일이다. 주인공인 용씨가 꿈을 꾸었는데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세 개의 돌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가 있었다고 한다.1962년 9월부터 탑을 쌓기 시작해서 1964년에 남쪽에 용왕탑과 중앙에 산신탑 그리고 북쪽에 칠성탑등,세 개의 돌탑을 완성했다.
1967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탑이 무너졌을 때는 용창중 씨가 생존해 있어 그가 복원하였으나 1999년에 무너졌을 때는 무려 5년 가까이 방치되는 일도 있었다.비로봉 정상의 돌탑이 무너진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지난 4월 5일과 6일에는 비도 많이 왔고 바람도 거칠게 불었다고 한다. 낙뢰 아니면 해빙기의 지반틀림현상일 것이다.국립공원관리공단 치악산사무소의 계획대로 비로봉의 용왕탑이 복원되어 치악산을 찾는 산악인들에게 제 모습을 보이길 기대해본다.
한필수·전 원주문화방송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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