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창범   양구군수
▲ 전창범
양구군수
까만 얼굴이지만 희망이 가득 담긴 새하얗게 빛나던 큰 눈동자들이 아직도 내 눈가엔 선명하게 남아있다.짧은 기간의 아프리카 방문이었지만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아프리카의 아동에게 정기후원의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자신감과 의지가 더해지고 있다.
길고 긴 하늘길과 비포장에 가까운 험한 육지의 길을 가로질러 피곤함을 이끌고 찾아간 곳은 아프리카 잠비아의 충고(Choongo)라는 지역이었다.가는 곳마다 우리 방문단을 춤과 노래로 뜨겁게 환영해 주는 충고지역의 아이들과 주민들,마치 축제라도 열린 것만 같은 분위기에 우리 방문단의 피로는 확 풀려버렸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찡하게 했던 것은 먹고살기 위한 식수를 찾아 물동이를 이고 수km씩 헤매는 아낙네들,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 학교를 매일 수km 이상을 걸어야만 하는 아들,하지만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즐거워하며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비록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과연 우리의 행복감이 그 아이들만 할까?’하는 생각과 함께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잠비아에 대해 출발하기 전에 간단한 정보는 들었지만 현지를 방문했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결연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월드비전 팀장의 말로는 충고지역에서 결연을 필요로 하는 아동은 21300여명이나 되나 결연아동수는 겨우 5300여명 밖에 안된다는 설명에 가슴이 아팠다.
특히 이번에 월드비전에서 신규 식수사업 지원계획인 침파티(chimpati) 마을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200여명의 주민이 이용한다는 마을의 유일한 공동우물은 벌 바닥에 수십m 깊은 웅덩이를 파놓은 것이 금방이나마 무너질 것만 같았고 우기에는 빗물이 범람하며,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위험하게 노출된 우물이었다.그마저도 물을 길어보니 탁한 물로 며칠씩 침전시키거나 약품처리를 해야만 겨우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마을에 맑은 식수를 공급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꼭 지원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을 것이다.우리들도 그러한 각오로 침파티 마을에 맑은 생명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고,그 말에 너무나도 고마워하며 환호의 함성을 지르던 몬제(Monze)시장과 마을주민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충고의 마을 곳곳이 한국 지원으로 지속적인 아동결연과 교육·식수사업 그리고 소득증대사업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개와 기 지원한 식수사업으로 일부 학교와 인근 마을주민이 맑은 물을 훨씬 풍족하게 쓰고 있어 한국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다만 아쉬운 것은 상당수 주민들이 우리나라를 ‘South Korea’로 호칭하고 있어 근본적인 홍보대책이 필요한 것을 느꼈다.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도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세계의 많은 나라의 도움으로 지금의 풍요로운 국가로 성장한 만큼 이젠 우리가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어려운 나라를 도와야 할 시기임은 틀림이 없다.특히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식수만큼은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고 식수사업 지원은 이젠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힘든 일은 나누면 절반이 되고 즐거움을 함께하면 두 배가 된다는 삶 속 진리처럼 나눔도 곧 사랑이며 행복이라는 진리 또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