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준다는데 무조건 찍어!공짜에 현혹된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난 뒤 자기 뒷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뒤늦게 ‘사기당했다’고 호소해봤자 헛일.그렇다면 그 돈을 누가 쓸까?십중팔구 본인 아니면 이웃 중 하나.기초노령 연금을 약속한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2015년 한 해에만 4조3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었다.이 해 거둬들인 전체 담배세는 11조489억 원.2016년 65세 이상 노인 458만1000명에게 지급된 기초연금은 11조3269억 원이었다.
2015년 4월8일,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현 바른정당 후보)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연설을 남긴다.그는 “새누리당의 대선 공약 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반성한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다.‘중(中)부담,중(中)복지’를 강조하며 살아있는 권력에 정면으로 맞선 이날 연설에 대해 당시 야당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라고 평가했다.유 후보는 당시 “GDP에서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OECD회원국 평균 수준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2017년 대선.후보들이 연간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앞 다투어 쏟아낸다.선두권인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5년 동안 모두 200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문 후보가 발표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4조2000억) 등 190여개 공약에는 매년 35조6000억원이,안 후보의 기초연금 확대(3조3000억) 등 153개 공약에도 40조9000억원이 필요하다.이 돈을 무슨 수로 충당할까.후보들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미국의 폴 새뮤얼슨은 그의 저서 경제학(Economics)에서 “경제에 공짜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고 썼다.달콤하고 편안한 식사.그러나 누군가는 그 값을 지불해야 한다.2013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25.1%)에도 못 미치는 17.9%.복지국가의 롤 모델로 꼽히는 스웨덴(32.9%)과 덴마크(47.5%)에 한참 뒤 떨어진다.대선 후보들은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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