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넋을 놓고 있는 상태,말 그대로 그냥 있는 것!주위의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심지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구속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철저한 방임 상태.복잡하고 짜증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멍때리기’로 표출된다.지난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고,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올해 서울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한 청년은 “돈도 없고 취직도 안 되고 그냥 돌이 되고 싶다”며 “멍 때리기가 유일한 위안”이라고 했다.
나태하고 무책임하며 무능력한 상태로 보이기 십상인 멍 때리기.그러나 의학계에서는 멍 때리기가 정신건강에 유익하다고 입을 모은다.긴장을 풀게 하고, 몸의 피로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멍 때리고 있을 때,겉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뇌는 그동안 입력했던 정보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지워 새로운 생각을 하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특히 하루 15분 정도 뇌를 쉬게(멍 때리기) 할 경우 기억력을 높이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멍 때리기가 의외의 발견과 혁신,창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터득한 뉴턴이 좋은 사례다.한 연구기관은 IQ를 높이는 생활 습관의 하나로 ‘멍 때리기’를 꼽기도.일본의 선승인 구사나기 류는 ‘반응하지 않는 연습’이라는 책을 통해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반응을 멈추라”며 “하루에 갖는 수많은 생각들 중 90% 이상은 불필요한 잡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생각하는 것을 멈추거나 지우라는 것.
곧 대통령 선거다.말과 말이,이념과 신념,주장이 충돌하며 조각조각 흩어졌다.혁신과 변화,미래,희망,행복이라는 말이 난무하며 머릿속을 헤집었다.몇몇 주장은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먼지처럼 떠돌다 사라지기도.이제는 그 생각들을 정리해야 한다.후보들이 쏟아낸 말과 정책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체화시켜 ‘내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결정해야 한다.감각,감정,생각,의욕,의식으로 나뉜 우리의 마음이 ‘쓸데 없는 결정’을 하기 전에.지금이 그때다.조용히 멍 때릴 때.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