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척 도계 산불
점리 해발 700m 야산 중턱
태백 길목 건의령까지 번져
장비·인력 총동원 불구 역부족
늑구 1리 20가구 등 긴급대피

▲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소방관과 진화대원들이 도계 건의령 정상에서 방화선을 구축하며 불길을 잡고 있다.
▲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소방관과 진화대원들이 도계 건의령 정상에서 방화선을 구축하며 불길을 잡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1시42분.
삼척시 도계읍 점리 인근 해발 700m 지점 야산 중턱 밭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갔다.
불이 나자,초대형 1대를 포함한 산불진화헬기 14대와 소방차와 진화차량 16대,인력 8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역부족이다.초속 10m 이상의 강한 바람과 해발 700m가 넘는 험한 산세가 진화에 걸림돌이다.당시 삼척에는 때마침 건조경보와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발효중이었다.바람은 산불 확산 속도를 올렸고,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비화‘(飛火)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진화대원들을 힘들게 했다.
늦은 오후,산불진화 대원들이 등짐펌프를 지고 오르내리고,헬기가 수없이 오고 가며 산불과 맞서 사투를 벌이지만,좀처럼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점리 지역은 울창한 소나무 단순림으로 불에 타기 쉬운 침엽수가 우거져 있다.
산불은 밤이 되면서 백두대간 삼척과 태백을 잇는 고갯길인 건의령으로 향했다.점리는 그야말로 산간오지.점리에서 해발 856m 건의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동쪽사면은 급경사로 악명높은 곳.진화대원들의 긴장감은 더욱 배가 됐다.건의령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온힘을 쏟았다.국지적 진화작업도 함께 했다.헬기마저 없는 밤은 그렇게 지났다.다행히 바람은 잦아 들었다.
7일 오전 5시30분.일출에 맞춰 산림청과 소방헬기 26대와 소방차·진화차량 34대,산불진화대원,공무원,의용소방대,군인 등 총 24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총력전을 펼쳤다.산불 발생지역이 인적없는 첩첩산중인데다,소방헬기 담수지가 다소 멀어 진화에 더딘 상황은 계속됐다.최초 발화점을 축으로 1차 녹구~점리길과 2차 건의령로 방어선에 이어 소달~늑구안길의 3차 방어선을 구축했다.삼척 산불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50%의 진화율에 그치고 있다.이 불로 폐가 2채와 건의령 농원 컨테이너1동을 태우고,80㏊의 산림이 불탔다.만일의 사태에 대비,늑구 1리 20가구 30명의 주민들은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시키고,소방차를 동원해 주택보호를 위한 살수작업도 실시했다.큰 산불에도 불구,인명과 재산피해가 없다는 것은 다행이었다.점리에는 56가구가 살고 있지만 산불이 번진 점리~건의령 사이에는 민가가 없다.
산불현장에 있는 강용희 늑구1리 이장은 “회오리바람 등이 불면서 잔불이 여기저기서 되살아나는 현상으로 인해 불길을 종잡을 수가 없어 화재진압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진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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