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
“친구 두 명 사이에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각자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같은 일을 두고 어쩌면 그렇게 둘이 다르게 해석을 하는지 완전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때 둘 모두의 친구로써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면 어떤 식으로 개입을 할 것인가?”
필자는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흔히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의학은 과학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럼 의학이 뭐란 말인가?”라는 반론을 접하게 되지만 “의학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하여 크게 발전한 학문으로써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인문학적 소양도 강조되는 학문”이라고 하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흔히 볼 수 있는 학생들의 반응은 “양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본 후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한 다음 오해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네가 오해를 하고 있으니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며 잘못된 점을 알려 주어 고치게 한다”라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럴 때 필자가 요구하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라 공감과 배려다. 자신의 판단에 세상을 맞추려 하지 말고,왜 두 명의 친구 사이가 벌어졌는지를 파악한 후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친구에게 ‘나는 너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네가 오해를 받고 있으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니?’라는 식으로 일단 공감을 해 준 후 두 친구의 입장을 배려하여 가장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다.이번 선거운동 기간을 돌이켜 보면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유권자들을 편가르기하면서 선거가 끝난 후 결코 봉합되지 않을 갈등을 유발하는 출마자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이런 일이 수십년간 반복되어서 그런지 TV 토론을 지켜보건,길거리 유세에 대해 박수를 치건 누구나 나라를 잘 다스려보겠다고 출마하신 후보들인데 자신이 지지하는 출마자가 아니라면 아예 상종못할 사람으로 취급하는 유권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정치인들의 나쁜 행태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편가르기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듯해서 기분이 씁쓸하기만 하다.
대학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대학입시에서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대학입시에 동원되어 자기소개서를 읽는 일은 아주 드물게 있는 일이지만 필자는 자신있게 대답을 한다.“읽는 사람이 공감을 할 수 있게,읽는 사람이 편히 읽을 수 있게 배려를 하고 쓰면 됩니다.” 읽는 사람이 의문을 가지게 하는 글,줄 간격이나 글씨가 읽기에 아주 불편한 글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우리는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 종북은 북한으로 가라고 한다면 성조기 들고 나온 사람은 미국으로 가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서로 상대방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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