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방금 김영란 법을 어기셨어요”
김영란 법이 생긴 이후로 교사들이 숱하게 듣는 말이다. 수업 시간에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며 놀던 학생의 행동을 저지했을 때 현장체험학습을 지도하던 나에게 한 아이가 김밥을 건네며 한 말이기도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머릿속이 멍해진다.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나에게는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왔다. 부모님께 학교로 선물을 보내면 안 된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말할지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스승의 날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날이다. 그러나 학기가 시작된 지 2달이 지난 시기에 맞이하는 스승의 날은 본래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5월에 표시한 감사의 말과 인사는 앞으로 남은 10개월을 잘 부탁하다는 의미로 비쳐지기 쉽다. 청탁 금지법에 카네이션 등 일부 물품을 제외한다는 기사는 교사의 자존심과 사기를 저하시킨다. 현재의 스승의 날은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게 한다. 스승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기릴 수 있도록 학생들의 평가가 모두 끝난 2월로 스승의 날을 옮기는 것은 어떨까?
이동호·원주 반곡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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