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무런 특징이 없는 세대다.무능하다는 말이 아니라,그저 이상과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우리에게는 ‘우리’라는 정신이 없다.우리는 자기중심적이다.이 시대가 그런 시대다.옛날 세대들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면,우리는 ‘나는 누구인가?그리고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고민한다” 2012년 독일의 젊은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발표한 ‘결정장애 세대(Generation Maybe)’란 에세이 프롤로그의 일부다.
‘기회의 홍수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란 부제의 이 에세이는 폭넓은 선택의 가능성 속에서도 정작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당시 독일사회는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포기한 이들을 두고 ‘메이비(maybe)세대’라고 했다.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햄릿형 인간의 문제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문제다.선택지가 한정된 과거와는 달리 너무 많은 선택지에 노출되어 있고,선택을 강제당하는 젊은 세대의 존재 때문이다.
선택이란 본질적으로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것이다.문제는 변화무쌍한 현실에서 이를 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하다못해 중국 음식점의 메뉴 선택과정에서도 갈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오죽했으면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 점을 착안해 ‘짬짜면’이 생겼을까.
실존주의는 선택을 철학적 입장의 기본원리로 삼았다.자기의 실존은 자기결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선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사르트르는 “실존은 무엇보다 우선 존재하는 것에서 시작하며,그것이 실존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존재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윤리학에서도 행위의 평가에 있어 선택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했고,고대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선택은 결의 이상의 도덕적 선택을 의미한다”고 했다.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선택을 한다.폭넓은 가능성을 놓고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서 결정장애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인지도 모른다.대통령을 결정하는 오늘의 선택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잘못된 것들에 의해 선택을 강요받으면 그것은 노예상태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누구나 자유로운 선택이 되길 소망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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