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되자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국민만 보고 바른길로 가겠다며 ‘위대한,정의로운,자랑스러운,당당한 대한민국’을 역설했다.10일 발표한 취임사,‘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도 차별 없는 세상,기회의 평등을 강조한 뒤 “문재인정부에서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이에 앞서 천주교 주교회의는 ‘대통령님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원칙을 지키며 정의와 참 평화의 길을 걸어가 달라”고 당부했다.왜 ‘정의’일까?
새로운 대통령 취임에 맞춰 ‘정의’를 생각한다.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을 정의라고 했다.‘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댈 교수는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를테면 소득과 부,의무와 권리,권력과 기회,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라며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한다고 설명한다.
우리사회가 정의를 갈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정해진 규칙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고,그 규칙이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수시로 바뀐다.‘게임의 규칙’이 불공정하게 적용되면서 반칙과 특권이 판친다.정의가 아닌,탐욕이 득세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박근혜정부를 파국으로 이끈 단초도 ‘정의롭지 않은’ 최순실 씨 행태에서 비롯됐다.그의 딸 정유라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말을 타고 대학에 갔다면 대통령 탄핵과 구속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의는 곧 공정함이다.분배,교정,절차에서 정의의 가치가 발현돼야 한다.누구나 수긍하는 공정함이 있어야 한다.민주주의는 그런 토대에서 꽃필 수 있다.마이클 샌댈 교수는 “나와 반대되는 의견,즉 내 주장에 대한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고 했다.경청과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상대방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나누고 배우는 자세를 가지라는 당부다.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광화문 대통령시대’를 열겠다는 문 대통령이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 낼지 기대가 크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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