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의 길’ 함께 하길 바랍니다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김영랑 시인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한 구절입니다.그렇게 기다리던 모란꽃이 피었지만,일주일도 못 가 잎을 뚝뚝 떨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입니다.국민 다수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되셨지만,그 기쁨은 잠시일 겁니다.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대통령님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보궐선거를 치르면서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교육공약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국가교육회의 구성 △논술전형 폐지를 통한 대학입시 단순화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 이용 아동 전체 대비 40%까지 확대 △누리과정 예산 중앙정부가 책임 △교육부 초·중등 업무 시·도교육청 이양 △고교 무상교육 실시 △외고·자사고·국립고의 일반고 전환 △대학 통합네트워크 추진.
평생을 교육에 매달려온 저로서도 가슴 뛰는 약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대통령님의 교육공약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교육백년지대계’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이를 통한 ‘공교육 강화’라 할 수 있지 싶습니다.많은 사람이 원하는 일이지만 지금껏 미뤄왔고 교육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입니다.
멀리 보셔야 합니다. 앞으로 20년 뒤 대한민국 교육의 모습을 이정표로 삼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세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모두가 가야 할 길을 합의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고통을 나눠서 져야 할 것입니다.대통령님도 그것을 잘 알기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이행단계로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가교육회의’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생각합니다.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학생,학부모,교육전문가 다수가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설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우리 아이들은 더 행복해져야 합니다.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친구와 이웃 학교가 경쟁 상대가 아닌,협력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을까 고민해 왔습니다.이를 위해 하나의 잣대로 학생과 교원,학교와 교육청을 줄 세우는 평가제도 전반을 다시 검토해 주길 바랍니다.협력을 방해하는 경쟁을 부추기기보다 주민 직선 교육감 8년의 성과를 국가교육정책으로 삼아 주셨으면 합니다.교육자치와 분권이 이뤄낸 소중한 성취입니다.대통령님 공약에도 그러한 것이 많이 녹아 있어 고군분투해온 교육감들로서는 기대가 큽니다.
아울러,유·초·중등 교육에 관해서는 시·도교육감들과 함께 지혜를 나눴으면 합니다.민주시민 교육이라는 헌법적 틀 속에서 학교들이 자율적이고 선진적인 교육실험들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바랍니다.그렇게만 된다면 좋은 교육을 위한 개혁정책들이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우리가 늘 부러워했던 서구 교육선진국의 모습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꽃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4월은 잔인하고 슬픈 봄이었습니다.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라일락 내음마저 눈물이었습니다.하지만,우리는 슬픔을 딛고 찬란한 봄을 맞았습니다.기다림과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 수많은 시민 덕분이었습니다.기대에 어긋남 없이 뚜벅뚜벅 그 길을 함께 하길 바랍니다.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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