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 수 <영서본부 취재부국장>

 원주시청사 이전후보지가 무실동 만대지구로 최종 결정되면서 지난 95년 이후 계속된 갑론을박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9년여동안 논란이 거듭되면서 지역민심이 사분오열돼 온 데다 의회일각의 반발움직임이 이어지는 등 뒤끝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더욱이 그동안 집행부의 후보지 결정과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어 온 의회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집행부의 시청사후보지 결정발표가 있던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시청사후보지결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더불어 지역발전의 중대한 변수가 될 2010년 동계올림픽개최지가 결정되는 오는 7월까지 이전후보지 결정을 유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집행부가 이번 결정대로 시청사이전을 강행한다면 의회승인을 거치게 될 공유재산관리계획 처리과정에서 제동을 걸겠다고 공세를 폈다.
 이번 원주시의 신청사 후보지결정이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지 못한 채 상당기간 여진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시청사이전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지역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노정됐다.
 행정은 시장이 바뀌면서 이미 결정된 후보지를 스스로 철회하는 것으로 불신을 자초했으며, 후보지선정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불협화음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좌고우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의회는 청사이전후보지 결정과정에서 대의기구로서의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오히려 현안해결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특히 의회차원의 대안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논란의 한 당사자가 돼 시비 속에 휘말리는 것으로 비쳤다.
 시정의 중심축인 시청사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크고 작은 이해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이때문에 이해당사자간, 혹은 지역간의 주장이 충돌하고 어느 정도의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이같이 진통을 겪는 과정을 통해 이해를 조율, 조정하면서 현안문제를 풀어가는 게 순리라면 또 순리다.
 그러나 문제는 논란의 발단이 있을 수 있는 저자의 이해충돌에서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역할을 해야 할 행정과 의회주변에서 주로 비롯됐다는 점이다. 논란과 불협화음은 늘 행정과 의회주변에서 불거져 나왔고 또 그곳에서 소모적으로 논란이 증폭됐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지마다 작전설이니 로비설이니 하는 각종 설이 난무했고 그 설의 중심에 일부 고위간부와 일부의원들을 비롯한 지도층인사들이 등장했다.
 바로 이 같은 점 때문에 지역의 여론이 분노했고, 때론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토로했다.
 원주는 도내 자치단체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시세가 꾸준히 확장되는 상승기운을 타고 있으며, 멀지않은 장래에 인구 50만의 중부권거점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이같은 팽창국면은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동반한다.
 시대적 상황은 변화의 조류와 기운을 통찰, 지역의 앞날에 대한 지향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실천해 갈 지도층의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시청사이전 논란의 와중에서 시민들이 목도한 것은 지도층인사들의 공인의식 실종과 리더십의 부재였다. 이제라도 행정이 신뢰를 세우고, 의회가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지난 9년간의 소모적인 논란에서 교훈을 찾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김상수 영서본부 취재부국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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