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오 차상찬 탄생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

강원도민일보와 청오차상찬기념사업회는 한국잡지언론의 새 지평을 연 춘천출신 청오 차상찬(1887∼1946) 선생의 탄생 130주년을 맞아 12일 오후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선생의 항일애국정신과 민족혼을 재조명하고 향후 선양사업 방향을 모색하는 ‘청오 차상찬 탄생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와 강원문화교육연구소가 주관하고 강원도,춘천시,옥산가 대일광업이 후원한 이번 학술대회의 기조발표 및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기조발표

개벽의 문화적 민족운동과 항일 -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
개벽, 3·1운동 이후 민족의 진로 제시
민족자결주의 등 용어 체계화
근대적 개화·인습타파 주무대

‘개벽’은 1920년대를 대표하는 잡지였으며 민족주의 진영의 항일 정신이 담겨있었다.‘개벽’은 3.1운동 후 개조주의,민족자결주의와 같은 새로운 사상이 나타났을 때 이러한 용어를 체계화하며 민족의 진로를 제시하려 했다.‘개벽’은 일제 치하 35년 사이 발행된 잡지 중 가장 여러 종류의 잡지를 발행했다.혹독한 탄압으로 세 차례에 걸쳐 죽었다 살아나는 과정을 되풀이했지만 ‘부인’(1922~1923),‘어린이’(1923~1934),‘조선농민’(1925~1946) 등 다양한 종류의 자매 잡지를 펴내며 우리나라 신문화사상 가장 권위 있는 대표 종합잡지로 평가받았다.
또 ‘개벽’은 3.1운동 이후 지식인들이 근대적인 개화와 인습타파를 주장하는 글을 발표하는 주무대였으며 동시에 우리 문학사에 남은 작품의 발표 무대이기도 했다.독립운동의 방안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이 실렸고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비롯한 여러 문인의 작품이 발표됐다.춘천 출신 언론인 차상찬이 창간부터 폐간까지 개벽사를 지키는 등 일제강점기 활약한 문인들의 집합소 역할도 했다.한편 ‘개벽’은 가장 혹독한 탄압을 받은 잡지였다.해외에 망명해 투쟁을 벌이는 독립운동가들을 특집으로 편집한 내용이 검열에 걸려 1925년 8월 호가 정간을 당하는 등 창간 이후 거의 매호 압수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주제발표

“업적 올바르게 평가하고 계승해야”
■ 차상찬 전집 발간을 위한 자료 조사 범위와 방법
정현숙 한림대 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춘천 출생으로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언론인이며 잡지계의 선구자인 청오 차상찬의 업적을 올바로 평가하고 계승하는 것은 후세대의 책무다.
차상찬 전집 발간 사업의 목적은 그가 발표한 글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다양한 글들을 주제별,연도별,장르별로 정리하는 작업을 통해 언론,역사,민속,문학,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또 그가 지닌 사유의 지평을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그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사업은 차상찬 저작 목록 작성 원문 확인 및 입력 작업,전집 발간 등 세 단계로 진행한다.기대 효과는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 제공,선양 사업의 내실과 발전에 기여 등이다.그러나 아직 전집의 내용,구성,형태,번역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번 차상찬 탄생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통해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원문+현대어 번역 표기가 이상적 ”
■ 차상찬 전집 간행을 위한 제언:아동문학을 중심으로
오현숙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차상찬은 아동문학의 영역에서 역사서사문법을 개척한 선구적인 공로가 있음에도 문학사적 평가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하지만 차상찬의 역사서사는 양적으로도 방대할 뿐만 아니라 훌륭하게 재창조한 작품 역시 적지 않다.따라서 차상찬의 전집 간행은 그간 배제된 서사 전통의 복원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차상찬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문예작품이 총 48편이다.그의 생애를 고려할 때 1925년부터 1940년에 이르는 아동문학 활동 기간은 꽤 넓고 깊은 것이었다.따라서 차상찬의 전집 발간에 있어,그의 아동문학을 고려하지 않고는 작가의 위상을 입체적으로 가늠하고 전체 작품을 온전히 복원하기 어려울 것이다.전집 간행을 위해서는 아동문학의 대상과 범위의 한정을 위해 차상찬 필명 확정 등 쟁점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또 전집은 원문과 함께 현대어로 번역해 표기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또 원전의 삽화를 어떻게 복원해 전집에 삽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전집 발간은 우리 문학의 정체성과 독특성을 되물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천도교, 사상문화운동 큰 흐름 형성”
■ 천도교와 개벽사,그리고 차상찬
이혜정 서울여대 의사소통센터 연구원
천도교는 1905년 동학에서 천도교로 교명을 바꾸고 새로운 교리와 체계를 세워 문명개화운동에 주력하게 된다.이러한 천도교의 문명개화운동은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1920년대 사상문화운동의 큰 흐름을 형성했다.특히 1920년대에는 개벽사를 설립,‘개벽’을 비롯해 ‘신여성’ ‘별건곤’ 등의 출판사업을 통해 조선의 현실을 혁신하고자 했다.
개벽사와 그 출판물에 대해서는 검열,출판 환경,사회적 정세 변화 등을 바탕으로 실증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잡지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잡지를 편집했던 편집진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한데 이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천도교 핵심인물이었던 이돈화나 김기전 등에 비해 잡지 편집에 깊이 관여했고 사화,인물기,소화,민속,설화 등 다양한 글을 썼던 차상찬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진하다.차상찬은 ‘별건곤’ 등에 다양한 역사 서사물을 연재하며 민중의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것은 물론 과거를 반성하고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한 인물로,이를 중심으로 차상찬 연구를 전개해나갈 필요가 있다.

종합 토론

“활발한 문필활동 불구 주목받지 못해… 전집 간행은 물론 인물 입체적 조명 필요”
토론자 = △서재길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조은숙 춘천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유석환 서울대 박사후연구원 △정재경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전문위원 △허준구 춘천문화원 사무국장
서 “전집 가독성 고려 현대적 표기”
조 “독자층 분석 편찬 방식 정해야”
유 “근대한국학 외연 확장도 조명”
정 “문장 원문대로 수집 편찬해야”
허 “원문·현대어화 두 방향 진행”

▲ 청오 차상찬 탄생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12일 오후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려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안병용
▲ 청오 차상찬 탄생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12일 오후 한림대 국제회의실에서 열려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안병용

■서재길=유고 정리와 관련해 어떤 텍스트를 최종본 혹은 정본으로 간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문인 윤동주나 이상의 사후 유고집 출간과 관련된 논란들을 생각해보면 역시 저자가 생전에 출판을 염두에 두고 최종적으로 퇴고를 마친 것을 최종본 혹은 정본으로 텍스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물론 검열에 의해 불가피하게 수정,삭제된 경우에는 애초의 원고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또 전집 간행은 가급적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현대적 표기법을 사용,가독성을 높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조은숙=차상찬 전집 편찬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해야 한다.전집이 전문 연구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아동을 포함한 대중 독자의 독서를 위한 것인지에 따라 전집 표기나 기타 편찬 방식에 대한 제안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만약 지금의 독자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현대적인 번역이 중요하다면 삽화는 지금 독자의 취향과 출판 기술 환경에 맞춰 새롭게 만들어 넣거나 기존의 것을 살리더라도 융통성 있게 변형해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 유석환=차상찬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때 보통 천도교인,출판인,역사가,(한)문학자로 구분해 살펴보는데 이러한 면모들이 서로 긴밀히 연동되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고찰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이를테면 차상찬은 역사물에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것이 천도교인으로서의 그의 면모와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차상찬의 역사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와 관련해 중요하다.또 차상찬은 근대 한국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한 핵심 인물이므로 이 방향에 대한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 정재경=신문학의 개조로 여겨지며 숭앙되는 최남선,이광수에 비해 그보다 조금 앞서 활발한 문필활동을 펼쳤던 차상찬은 문학사나 역사 및 사상사 분야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그가 남긴 글들은 과거 한문학의 교양을 한껏 의연하게 구사하며 새로운 그만의 ‘문장’으로 이룩해냈다는 점에서 마땅히 주목받아야 한다.그런 만큼 그의 문장을 원문대로 수집하여 전집을 편성해내는 일은 현시점에서 중대한 과업이다.
■ 허준구=차상찬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문사철(文史哲)의 틀 속에서 용해해낸 대표적인 지성인이다.이런 점에서 차상찬에 대한 연구는 조선 후기로부터 광복까지의 문화사를 정리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므로 차상찬 전집 간행은 춘천학이나 강원학을 넘어 한국 지성사의 정립이라는 의의를 지닌다.전집 간행은 연구자를 위한 원문 텍스트 간행본과 현대인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현대어화한 선집 간행의 두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정리/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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