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호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 정준호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매주 목요일은 우리 아파트 단지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날이다.
한 주 동안 바구니에 모아 놓았던 온갖 재활용품을 들고 내려가서 품목별로 분리하다보면 배달음식상자, 술병, 음료수병, 과자봉투, 깨진 것, 망가진 것 등 버려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때로 새것 같은 것들도 나오고 몇 장 쓰지도 않은 공책, 새 책 같은 참고서나 동화책도 나온다.
여백이 많이 남은 공책을 볼 때면 문득 나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떠올리게 된다.
동급생이 30명 남짓에 불과했던 시골마을 작은 학교에 부임하신 담임 선생님은 빈 공책에 틀린 문제를 연필로 여러 번씩 다시 써오게 하셨다. 공책이 연필로 쓴 글씨로 가득 채워지면, 그 위에 빨간 볼펜으로 다시 쓰게 하셨고 빨간 볼펜 위에 검정 볼펜으로 다시 쓰게 하셨다. 여러 차례 겹쳐 쓴 공책은 결국 너덜너덜해지고 구멍이 나곤 했다. 선생님께서 이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공책을 재사용하도록 지도하신 까닭은 아마도 공책을 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으리라.
스승. 누구에게나 고마운 이름이다. 참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고마운 이름으로 기억되는 스승은 있기 마련이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여러 자식들 잘 키워주신 부모님, 그 시절의 담임선생님, 관계의 소중함, 더불어숲의 의미를 일깨워 주셨던 선생님,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의 의미를 생활 속 실천으로 보여 주셨던 상사, 수많은 실수와 실언에도 불구하고, 사상체질을 핑계 삼아 그것들을 갈무리 해 주시고, 인간적인 신뢰와 지지를 멈추지 않았던 상사….
스승의 날을 맞아 저 마다의 스승의 삶과 가르침에 자신을 비춰보며 반성하고 성찰하며,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그런 고마운 스승이 되어가는 사제의 연쇄가 가득한 5월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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