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생전의 하늘은
티끝 하나 없이 맑고 푸른 봄날이었지요.
어머님이 가신 봄날은 불청객 무더위가 성큼 밀려오고
자주 뿌옇게 흐려 푸른 하늘조차 보기 힘든 오월입니다.

밥 한 알 흘리면 숟갈이 구멍났다고 손을 고쳐주시고
거짓말을 하면 하늘이 내려다본다고 가르치던 어머님
귀뚜라미 손주 하나 키우는 며느리가 요즘 혼비백산입니다.
어이 아홉을 키우신 어머님 그리고 그 때의 다른 어머님들은
이 시대의 진정 위대한 신화요, 전설입니다.

약관의 나이에 어머님 모시고
진부령 단일로를 넘어 불모지 어촌에 근무할 때
밤늦게 쏘다니며 돌아치던 청년시절
주발 아랫목에 묻어두고 오직 아들 기다리던 어머님
왜 그렇게 부담이 되던지 혼자 가겠다고 방학이 끝나면
큰소리치며 고향 대문을 나설 때면 아-.
어느새 먼저 마늘 한접 이고 앞장서던 어머님
강아지가 물고 다닐 정도로 지천이던 해산물 명태를
바리바리 싸들고 방학이면 고향 찾아 자식들 노느매기하시던
어머님의 표정이 늘 위안이 되었지만 불효자입니다.

어머님!
한국동란 때 한살인 고생보따리 저를 등에 업고
부유물처럼 떠밀려 피난살이 하던 땅 끝 해남을 아시지요.
자식 고아원에 주고 살자던 유혹 뿌리친 청상과부 내 어머님-
몇 달 전 찾아가 진종일 그리며 울었습니다.
배를 두드려가며 살아 죄송합니다.
그러나 영혼은 어머님 사시던 예전이 더 배부릅니다.
어머님! 진정 보고 싶습니다.

이응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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