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재은   한림대 교수
▲ 석재은
한림대 교수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정치적 공간에서 출범한 정부이기에 어느 때보다 시민의 기대감은 크다.지난 촛불정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므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깊이 각인한 시간이었던 만큼 시민의 주권의식도 한결 높아졌다.새 정부는 시민의 희망을 담아 긍정적 변화의 씨앗을 품고 출발했지만,국내외 안팎의 굵직한 현안들을 생각하면,좌절하고 고단한 시민들의 삶의 변화로 연결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난관들이 놓여있다.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고 더 나은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힘을 사회적 회복탄력성(social resilience)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관련 연구에 따르면,성공적인 사회적 회복탄력성의 결정요인에는 경제능력,국가재정능력 등 사회체계의 객관적 능력보다 정치력,사회적 응집력 등 행위자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단순히 위기를 처리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미래적이고 전향적으로 체계를 새롭게 변용(transformation)하는 수준의 사회적 회복탄력성을 이끄는 핵심적인 사회체계의 역량은 정치적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거버넌스(governance),특히 시민의 정치역량이다.또한 사회적 회복탄력성은 인간의 구체적인 삶이 최종적으로 배태된 지역수준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에서의 풀뿌리 시민정치 활성화가 희망적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일 수 있다.정부는 최선을 다해 권한을 위임한 국민의 복리를 위해 복무해야 하지만,정부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현명한 시민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더 이상 가부장제의 향수 속에서 가부장 대통령에게 불평만 하는 시민의 수준이어선 곤란하다.성숙한 시민사회의 역량을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동원의 정치를 종식하고,시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가 필요하다.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최적의 해를 찾아 설계에 참여하는 시민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시민정치는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정부는 풀뿌리 시민정치의 여건조성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첫째,기본적으로 먹고살만하게 해야 한다.최소한의 먹고사는 걱정이 없어야 공동체를 걱정할 수 있다.우리처럼 저출산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일본 정부는 2016년 먹고살만하게 만들자는 것으로 저출산대책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했다.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인재를 잘 양성하여 지역경제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둘째,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시간자원의 배분이 정책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노동시간 축소,칼퇴근법,일-가정 양립을 위한 휴직제도 확대 등이 바로 시민정치를 위한 필요조건이다.셋째,문제 사안별로 공동체 의식이 작동할 수 있는 단위를 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인간적인 따뜻함을 생생히 느끼며 함께 걱정하고 배려할 수 있는 공동체 단위로 설정해야 한다.이와 같이 지역의 풀뿌리 시민정치를 활성화하는 토크빌(Tocqueville) 민주주의의 실현이 새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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