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무너지는데 부정청탁 금지법, 사제지간 정마저 끊어

어제(15일)는 스승의 날이었다.교권을 존중하고 선생님을 받드는 사회풍토를 조성하고,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그러나 현실은 매몰찼다.올해는 특히 스승에 대한 공경과 사제지간의 정이 오가는 대신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 법)이 준수됐느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담임 선생님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드릴 수없는 현실 탓이다.학생과 선생,학부모 모두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호소했지만 법은 요지부동이었다.그 법을 만든 국회도 멋 적기는 마찬가지였다.이런 상황에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사제지간의 정은 엷어졌다.
스승의 날 분위기는 스산했다.커피 한 잔 건넬 수 없고,손 편지를 건네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다.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이 아니라 학교 현장이 집단으로 감시받는 날처럼 느껴진다”며 “차라리 기념일을 폐지하자”고 자조한다.김영란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학교 현장을 을씨년스럽게 만든 것이다.전국 시도교육청마저 ‘스승의 날’의 의미를 새기고 기념하려는 노력보다 ‘조용한 스승의 날’을 유도함으로써 스스로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사랑과 신뢰로 가득해야 할 학교 현장이 법 시행의 시험대로 뒤바뀐 것이다.상식에 맞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학교 현장의 고통은 이 뿐만이 아니다.교권이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고 희롱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사례만 2만 건이 넘는다.교육부가 밝힌 교권 침해 건수는 2012년 7971건,2013년 5562건,2014년 4009건,2015년 3460건,2016년 2574건 등 총 2만3576건에 달했다.매년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학생이 스승을 때리고 폭언하는 것도 모자라 성희롱 대상으로 삼은 예도 부지기수다.교권 확립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자라는 교육현장은 사제지간의 사랑과 신뢰로 넘쳐나야 한다.제자에 대한 사랑이 없는 가르침은 이미 죽은 교육이다.마찬가지로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없다.교권을 바로 세우고,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교육 현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교육현장의 일그러진 모습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사제지간에 주고받는 정마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이런 식이라면 ‘교육현장의 사막화’도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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