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 구도로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는 선거구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선거였다.선거판세를 결정하는 요인 중에 선거구도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5자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전술구사를 불러왔다.선거 초반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던 문재인 후보측이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며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이에 맞서 다른 후보들은 ‘비문(반문)연대’를 형성하자는 이른바 ‘빅텐트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선거가 5자 대결구도로 전개되자,각 후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먼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문 후보와 접전을 펼치고 있던 안철수 후보는 반 문재인 표심을 자신으로 결집하기 위해 ‘홍찍문’을 강조했다.보수층을 향해 홍준표를 찍으면 어부지리로 문재인이 당선되니 자신에게 표를 몰아달라는 의도였다.
이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안찍박’을 들고 나왔다.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이 된다고 했으니,영남과 보수층에게 반감이 있는 박지원 대표를 내세워 이를 견제한 것이다.나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 이탈해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출사표를 던진 유승민 후보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배신자 프레임을 걸며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진보진영도 마찬가지였다.민주당은 TV토론 등을 통해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견제하기 시작했다.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하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표가 분산돼 정권교체에 실패할 지도 모른다고 주장한 것이다.이에 심상정 후보측은 ‘심알찍(심상정을 찍으면 심상정이 당선된다)’을 강조하며 방어에 나섰다.선거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유·심 두 후보가 지지층 이탈을 막기위해 ‘소신투표’를 외치며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거운동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투대문’이었다.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이 된다는 주장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켰고,문·안 두 후보사이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호남 유권자의 선택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도 나왔다.그러나 유권자들은 선거구도에 휩쓸리기 보다는 주권자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에 신성한 한 표를 행사했음은 물론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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