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시인 다섯 번째 시집 출간
‘구멍’ 등 6년간 간직한 66편 수록
강릉서 후배 시인 양성 활동도

나에게는 구멍이 많다/여기도 구멍,/저기도 구멍,/내 삶의 담벼락은 구멍 천지다
구멍이 많아 슬플 때는/슬픔이 모든 구멍으로 흘러넘칠 때는/하루종일/검은 돌이나 삼킨다
돌을 삼키고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이/나를 삼키고
오냐,큰 구멍이여/오려면 와라/정중하게 와서/나를 통째로 삼켜라
나는 구멍과 싸운다/구멍은 슬픔이고/구멍은 나의 적이고/구멍은 나의 동지이고/구멍은 운명이다
흰 돌을 게워낼 때까지/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시 ‘구멍’ 전문

▲ 검은 돌을 삼키다   이홍섭
▲ 검은 돌을 삼키다
이홍섭
도무지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의 덩어리는 시인의 몸 속을 헤매다 수도승의 사리처럼 튀어나왔다.
강릉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홍섭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검은 돌을 삼키다’가 출간됐다.이번 시집에는 이 시인이 6년동안 간직해온 시 66편이 수록됐다.이 가운데 표지를 장식한 시 ‘구멍’에는 시집 제목의 핵심 단어인 ‘검은 돌’이 등장한다.그는 ‘가난한 시인’에서 “내 꿈은 가난한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노래한다.여기서 시인이 말한 ‘가난’은 어쩌면 기름기가 다 빠진 담백한 시일지도 모르겠다.
김도연 소설가는 발문에서 “시를 읽으며 시인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서 “‘비에 젖으면 가라앉는 종이배처럼 시나브로 아팠다’고 하는 그를 보며 이제 부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이 시인은 강릉출신으로 1990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시인으로,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각각 등단했으며 현재 지역에서 후배시인 양성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달아실 119쪽 8000원. 이서영 arachi21@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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