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조간신문에 플라스틱 병을 뒤집어쓰고 사는 소라게의 충격적인 모습이 실렸다.지난 198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남태평양의 핸더슨 섬의 이야기다.대륙 어디에선가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곳 아름다운 산호섬을 뒤덮었고 이곳에 사는 소라게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그러나 플라스틱 병과 소라게의 악연(惡緣)은 결코 어쩌다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호주와 영국의 해양학자들이 이 섬의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인 핸더슨 섬에 무려 3800만 개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놀라운 것은 이 가운데 대부분(99.8%)이 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었다는 점이다.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딴 섬이지만 이곳에는 하루 1만3000개의 새로운 쓰레기들이 몰려든다고 한다.지구촌 어디에도 환경오염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밀려드는 엄청난 쓰레기의 양도 문제지만 생태계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이 걱정이다.쓰레기가 다양한 생물군의 서식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개체의 생육에 엄청난 피해를 가한다.이 섬에는 언론에 등장한 이 소라게 외에도 병뚜껑과 화장품 용기에 기대 살거나 인형의 머리 안에 들어 가 사는 게도 있었다고 한다.‘태평양의 보석’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섬이 이런 몸살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플라스틱은 버려지면 그 피해가 반영구적이다.일단 바다로 흘러들면 회수가 어렵고 지구촌 곳곳에 굴러다니는 적폐가 되고 만다.플라스틱 쓰레기의 이같은 심각성은 지난해 1월20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제기됐다.2015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1100만t에서 2050년에는 11억2400만t이 될 것이며 이런 추세를 그대로 두면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 경종을 울렸다.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는 전체 물고기의 20%에 해당한다.2050년엔 그 비율이 같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바다가 물고기 반 플라스틱 반이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하고 95%가 소각·매립되거나 바다로 흘러든다.경제적 손실이 크기도 하지만 잘게 부숴 진 플라스틱이 물고기를 통해 누군가의 식탁에 올려 질 수 있다고 한다.남의 나라 얘기도 먼 미래의 일도 아닌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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