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세남   강릉시의원
▲ 기세남
강릉시의원
지난 6일 오후 3시35분쯤 강릉시 성산면에 산불이 발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정확한 발화 위치는 알 수 없었고 대략 박물관 쪽이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조금 후 현장을 확인한 부면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사태가 심각함을 알려 왔다.필자는 즉시 119로 성산지역에 산불이 발생 하였으니 빨리 헬기 출동을 바란다는 요청을 하고 지역으로 이동을 하였는데 사태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다.때마침 불어오는 강풍은 엄청난 속도로 불씨를 옮겨 날랐고 상황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가 2002년 태풍 ‘루사’ 때가 생각났다.그래서 우선 주민들 대피가 급선무라고 생각하였는데 다행히 부면장이 먼저 차량을 타고 마을을 돌며 대피령을 내리고 있었다.화마는 이미 어흘리 마을을 지나 순식간에 도로를 넘어 관음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량을 몰고 관음 2리 쪽으로 이동했는데 전 노인 회장댁 부속 건물에 불이 붙어 있었고 옆집 장작에 불이 붙어 방치하면 집으로 옮겨 붙을 것 같은 절박함에 수돗물로 1시간 가량을 진화하여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그러나 아래 마을에는 이미 여러 가옥에 불이 붙어 있었고 전 부녀회장 옆집 할머니 댁의 기름 탱크에 불이 붙기 직전 이였다.출동해 있는 소방 차량의 도움으로 겨우 진화하여 기름 탱크의 폭발은 막을 수 있었다.관음1리 지역도 이미 여러 채가 전소 되었고 붙어 있는 가옥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방서 직원들이 노력하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부터 헬기의 출동으로 큰 불길을 잡을 수 있었으며 7일 오후 6시경 산림청으로부터 산불 진화가 종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안도하였으나 몇 시간 후에 다시 여러 곳에 불이 붙기 시작 하였다는 연락에 면장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을 대피 시켰지만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었고 그저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그렇게 초조한 밤을 새우고 8일 새벽부터는 다시 헬기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난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산불 현장에서 느낀 소회는 매년 전국적으로 산불조심을 강조하며 예방활동을 해 왔지만 수십 년간 가꾸어온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사실을 보면서 그동안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땜질식 처방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현장에 출동한 대형 소방차량은 산불 진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 할 수 있었다.대형소방 차량은 작은 마을길로 접근을 할 수 없었고 호스를 들고 높은 고지로 올라간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현실적인 문제였다.또한 지원 나온 소방 차량은 지역의 지리를 모르기 때문에 활발한 진화 작업을 펼칠 수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 이었다.이번 사태를 보면서 결론은 산불은 대형 헬기로 초기에 잡지 않으면 더 큰피해를 가져 온다는 사실과 진화 작업 시에는 중앙통제소의 조직적인 지휘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산불이 발생한 후의 피해는 경제적,사회적,정신적으로 엄청난 규모이고 중·장기적인 생태계 파괴,토양오염,2차 홍수 피해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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