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한 여름 날씨가 이어졌다.지난 19일 속초 낮 최고 기온이 34.3도 까지 치솟았다.5월 기온으로는 관측사상 최고였다고 한다.절기상으로는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가 지난 지 보름이 흘렀다.때 이른 더위다 싶기는 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는 날씨라는 것이다.반짝 더위가 더 뜨겁게 느끼는 것은 계절의 속도를 사람의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현상은 아닐까.
지난 9일은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었다.예정에 없던 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온 나라가 선거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이로 인한 국정공백이 정점에 이른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정치적인 긴장과 국민적인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이 바로 이 달이다.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질서 있게 선거가 치러지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5월은 어린이 날(5일),어버이 날(8일),입양의 날(11일),가정의 날(15일),부부의 날(21일)을 비롯한 기념일이 많다.특히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날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도 불린다.5월의 촘촘한 기념일 목록에 대통령선거일이 추가된 셈이다.이번 대선은 비정상적 국가운영과 궤도를 벗어난 리더십에 대한 심판이다.국민과 유권자가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 낸 역사의 분수령이 된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기다.선거 다음날인 지난 10일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후보로 지명한데 이어 속속 비서진과 조각(組閣) 퍼즐을 맞춰 간다.이번 주에는 24~25일 이틀 간 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 대한 검증공방이 한동안 이어지게 된다.이래저래 더 뜨거운 5월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21일은 24절기 중 8번째 소만(小滿)이다.모내기가 시작되고 초목이 쑥쑥 커간다.햇볕이 풍부하고 때 맞춰 내리는 비는 만물의 생장을 재촉한다.들엔 보리가 익어가고 산에선 부엉이가 마음껏 울어 제친다.겨우내 버리고 떠났던 자리가 채워져 간다.그렇게 세상이 새로운 것으로 가득해지는 이맘때다.정치가 그래야할 것이다.낡은 것의 빈자리가 그렇게 채워져야 한다.작위와 독선이 없는 자연처럼.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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