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예현   한국여성수련원장
▲ 전예현
한국여성수련원장
“문재인 후보님이 춤을 추시네요?”
지난 2012년.‘진기한’ 풍경을 구경했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서울 명동에서 젊은이들과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그는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 한 ‘명동스타일’에 맞춰 춤 동작을 이어갔다.당시 기자였던 필자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인터뷰를 할 때에도 늘 진지했던 문 후보가,난감해하면서도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이 낯설지만 재미있어서였다.
사실 이런 변화는 여야를 떠나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같은 해 당시 새누리당 홍준표 의원은 ‘앵그리 버드’ 모습을 패러디한 ‘홍그리 버드’로 분장한 바 있다.빨간 모자를 쓴 새 의상 분장 차림으로 새 모양 점프까지 했다.
지금은 바른정당 소속인 김무성 전 의원도 새누리당 대표 시절 ‘로봇연기’로 유명한 모 연예인 흉내를 냈다.“괜찮아요?많이 놀랐죠?”라며 정당 홍보 동영상에 출연한 것이다.
이는 여야를 떠나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대의를 명분으로 ‘망가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힌다.국민이 즐겁다면 권위를 버리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변신해도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가 올림픽을 앞두고 시도된다면 어떨까.문재인 대통령과 여야의 모든 지도자들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유쾌한 도전을 결심한다면 말이다.
혹자는 이것이 무리한 주장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근엄한 중견 정치인들이,올림픽 홍보를 위해 굳이 점잖지 않은 쇼를 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우리나라보다 더 엄숙한 문화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도 올림픽을 위해서라면 파격적 변신을 시도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 홍보를 위해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 역할을 했다.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 슈퍼마리오 의상을 입고 등장한 것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런던올림픽을 위해 변신했다.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제임스본드 007과 낙하산을 타고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연출됐다.다만 여왕의 나이가 80대인 점을 감안,대역이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그럼에도 그 장면이 영국인의 자긍심을 높인 것은,왕실이 강조해 온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평소 체통을 지키던 왕실 어른도 런던올림픽을 위해서라면 유쾌하게 망가지겠다는 그 마음을 영국 국민이 느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위 사례의 중요한 공통점은,일본은 슈퍼마리오,영국은 제임스본드 007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국가 지도자들이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지도자들이 나설 차례이다.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는 1년도 남지 않았다.그런데 올림픽을 준비하는 실무진들 말을 들어보면,어렵게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아쉬워 가슴이 바짝 타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평창스타일’ 춤을 추거나,‘강원 스타일’ 동영상에 함께 출연한다면 얼마나 멋질까.굳이 춤이 아니더라도,대한민국의 문화콘텐츠와 강원도의 멋진 유산을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앞서 선거 과정에서 모든 여야 후보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동계올림픽이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을 좋은 계기이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부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살짝 망가지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길 기대한다면,너무 불경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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