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주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장
▲ 서영주
강원도 여성가족연구원장
요즘 과년한 딸을 둔 엄마로서의 생각은 복잡하다. 살아오면서 배웠던 경험치와 요즘 벌어지는 상황과의 괴리에 따른 혼란 때문이다.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 보기가 어렵다.야근은 기본이고 휴일 근무가 일상화 되어 있으니 딸아이가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생활과 육아를 병행해 온 사람으로서 이런 삶의 매운 맛을 알기 때문이다.
여성의 대학진학율이 남성 대학진학율을 2009년부터 추월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월등히 앞지르고 있다.이러한 교육 기회의 확대는 알파걸을 탄생시켰다. 알파걸은 남녀의 구분과 차별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소녀들로 자신감과 자긍심 그리고 열정으로 무장되어 있다.이런 알파걸 뒤에는 딸들에게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물심양면 지원해 주는 부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연구에 의하면 특히 아버지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 성장한 여성들의 사회적인 성취는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그러나 남성 중심의 직장 문화나 가사, 양육의 책임을 여성의 몫으로 몰아가는 현실은 어렵게 길러낸 우리의 알파걸들을 혼란에 빠뜨리거나 좌절시키고,심지어는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하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직장과 가정 일을 동시에 하는 여성들은 늘 시간에 쫓기면서도 혹시 집에 두고 온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는 현실을 그들이 알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아버지들은 애지중지 기른 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딸을 응원하려는 아버지들은 그 역할을 가정 내로 국한하지 말고 직장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까지로 확대시켜야 한다.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결정권자의 요직에는 대부분 남성들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내 딸이 성공적인 사회인이 되기를 바라며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처럼,직장에서 또 다른 아버지로서 젊은 여성들을 지지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 딸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 아버지들이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를 위해 나서야 한다.이러한 노력만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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