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은사님이 아직 생존해 계셔 기쁨을 주고 있다.붉은 벽돌 춘천 효자동 수녀원 뒷골목에 닻을 내리셔 언제든지 쉽게 찾아뵈올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때 묻지 않은 초등 동창모임은 옥양목처럼 순수하다. 61년 초등학교를 졸업해 지금까지 56년간 연연히 이어오고 있다.
절대빈곤의 60년대, 정부에서도 자립, 생산을 강조해 학교에서 운동장가로 호박을 줄레줄레 심고 실습지에 이름 모를 약초를 재배했다.밭고랑마다 이름을 써 붙이고, 방학이면 퇴비를 베어 쌓는다.당번을 정해 토끼 등 가축을 기르기도 했다.식량이 부족해 가루 분유를 배급받고 그릇과 수저를 준비해 가면 숙직실에 둘러앉아 옥수수 죽을 배식 받던 시절이 아련하다.
배를 채우기 위해 목걸이처럼 접칼을 목에 걸고 다니던 유년기 시절, 교사 뒤편에 뚱딴지를 캐먹고 논둑에 시광을 국수처럼 길게 늘여 먹던 배고픈 시절이지만 신작로를 바라보며 푸른 꿈을 키워가던 시절이 아닌가!
지금 미수(米壽)에 가까우신 6학년 때 김교민(金敎民) 선생님.내 영혼까지 문학과 그림이 샘솟는 것 또한 선생님이 파종해 주셨기 때문이다.올 가을 나뭇잎이 홍조를 띄고 동창 체육대회가 열리면 신바람 나게 또 은사님을 모시러 달려가리라. 스승의 날! 가까운 수녀원 뒷골목에 은사님이 태양처럼 빛난다. 이응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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