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곤욕을 치렀다.아들의 군(軍) 면제와 부인의 위장전입 및 소득 부당공제,그림 고가 매각 의혹이 불거지며 거센 검증에 시달린 것이다.아들의 재산이 2013년 한 해에 1억9200만원 증가한 것을 두고도 시비가 불거졌다.이 후보자는 제기된 각종 의혹에 적극 해명했으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위장전입 등 몇 가지 사례에서 후보자와 가족들의 도덕적 해이가 목격된 탓이다.모친의 부동산 투기와 후보자의 상속세 누락 의혹도 석연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비전 12대 약속’을 통해 공직자 임용기준을 엄격하고 투명하게 하겠다고 했다.병역기피와 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것.야당은 이 약속을 근거로 총리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다.공교롭게도 이 후보자는 5대 비리 가운데 4개 부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유리천장을 깼다’는 찬사를 받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명자 또한 위장전입과 자녀 이중국적 문제로 시끄럽다.당사자의 시인으로 의혹은 사실로 판명됐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반듯한 나라,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면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원칙이 깨지고 ‘우리 편은 괜찮다’는 진영논리에 갇히는 순간 ‘국민 모두의 정부’는 공허해진다.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편 가르기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개혁만능주의에서 비롯됐다.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적폐청산은 약속과 원칙을 지키는데서 시작된다.총리와 외교장관으로 지명된 두 후보자의 결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이 것 쯤이야…’하는 생각이 상식을 허문다.
“5대 비리 관련자들의 인사 배제 원칙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말은 우리사회의 리더들이 그 만큼 썩어문드러졌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그렇다고 전 정권과 똑같은 길을 갈 수는 없지 않은가.“쓸 사람이 없다”는 말로 현실을 왜곡하는 것 또한 곤란하다.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하는 것은 새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다.법과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것은 변명과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새 정부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꿰어맞추기 인사’는 국민과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