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문순   화천군수
▲ 최문순
화천군수
국어사전의 ‘만끽(滿喫)’은 ‘마음껏 먹고 마심,욕망을 마음껏 충족함’이라는 뜻의 명사다.덴마크 코펜하겐의 ‘행복 연구소’ CEO 마이크 비킹은 저서 ‘휘게 라이프,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에서 ‘만끽한다는 것은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가진 것을 돌보는 마음’이라고 했다.
선호하는 만끽의 대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선사시대에는 불과 먹을 것,편안한 잠자리와 동사(凍死)를 면하기 위한 가죽옷이 만끽의 대상이었다.지금은 척추 치료에 쓰이는 코르셋(Corset)은 르네상스 시대 여성들이 개미허리로 대표되던 미(美)를 만끽하기 위해 사용하던 속옷이었다.
언젠가 디스커버리 채널에 출연한 중앙아프리카의 한 부족장이 “아들이 훌륭한 사냥꾼으로 커 나가는 것만큼 기분 좋은 것은 없다”고 인터뷰한 것이 생각난다.2000여 년 전 전국(戰國)시대를 살았던 맹자(孟子)의 어머니도 생업을 제쳐두고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다고 하니,동서고금을 통틀어 자식을 잘 기르고,잘 가르치는 것이 부모들이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인 것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유별나게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높은 국가다.가난한 형편이지만,재산목록 1호인 소까지 팔아가며 자식 대학 공부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정도로 부모에게 잘 지은 자식농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의 대상이었다.)
화천군은 도시에 비해 많은 것이 부족한 접경지 지자체다.특히 열악한 육아와 교육환경은 과거 사람들이 떠나던 중요한 원인이었다.부모가 만끽하기 원하는 ‘아이 기르는 즐거움’이 화천에는 그 동안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전국 최초로 교육복지과를 만들었던 화천군은 이제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 TF 팀’ 신설이라는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결혼과 임신,출산에서부터 영·유아기,청소년기까지 전 생애단계별로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아이디어를 짜내 중·장기 계획도 세웠다.
화천군은 장차 만들어질 ‘화천키즈센터’를 통해 부모가 마음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군민이라면,셋째 아이부터는 대학 등록금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비싼 장난감을 사달라며 조르는 아이를 설득하느라 마음 아파하지 않도록 장난감 대여소도 만들어 부모들에게 돌려줄 것이다.학교가 너무 멀면,통학차량이나 버스비를 지원하고,화천의 아이들이 국내·외 어느 대학에 진학해도,거주비와 학비 문제로 아르바이트에 힘들어하는 일만큼은 없도록 해줄 생각이다.부모가 양육과 교육의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조금의 방해도 받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작정이다.
지난해 문을 연 화천어린이도서관에서 희망의 싹을 보게 된다.아이들이 울거나 떠들고,실수로 책장을 찢어도 누구 하나 나무라거나 부모에게 핀잔을 주는 사람은 없다.읽고 싶은 책을 마련해주고,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상영해주고,원어민 교사의 수업도 열어주는 등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어린이 도서관을 더 신나게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명색이 군수이지만,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면 장난기 심한 녀석들이 볼과 귀를 만지작거리거나,잡아당기기 일쑤다.다 좋다.화천의 아이들이라면 그 정도 즐거움은 누릴 수 있다.
화천으로 이사 오기 망설이는 부모들에게 걱정 말고 건너오시라고 말해주고 싶다.그래서 앞으로 10년 간 펼쳐질 아이 기르는 즐거움을 함께 흠뻑 즐기자고 권하고 싶다.부모와 아이들이 화천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군수가 해야 할 일이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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