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우리가 경제적으로 가난할 때의 흔한 인사말은 “식사는 하셨지요?”였다.끼니를 채우는 것조차 버거웠기 때문이었으리라.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주도의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전 국민이 합심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이룩했다.1960년 87불이던 국민소득이 2017년 1월에는 2만7600불이 됐으며,세계 국가들로부터 원조를 받았던 국가 중에서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이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 중 의료보험과 대중교통은 세계에서 최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의 일상은 어떠한가?작금의 인사말은 “몹시 바쁘시죠?”로 변했다.우리나라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연간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 수준이며,OECD 평균인 1766시간보다 연간 347시간 길다.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리 모든 국민들이 바쁘게 살아야 하는 국가가 되었을까?잘 살아 보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로 바쁘게 사는 국민도 있겠지만,사회구조가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바쁘게 살도록 만들고 있다.국가주도의 발전전략은 압축성장이라는 성과를 이루게 했지만,한편으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사회구조와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첫번째 부작용은 가치의 다양성이 존중되지 못해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국가주도의 발전전략이 낳은 또 하나의 부작용은 수도권 집중이다.2014년을 기준으로 인구의 집중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의 49.5%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수도권 집중도가 43%였던 2004년 이후 국가균형발전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참여정부 하에서도 수도권 집중은 멈추지 않았다.이와 같은 수도권 집중도는 영국의 2.5배,프랑스의 2.7배,일본의 1.76배에 달한다.정부 의존도가 높아진 것 역시 국가주도의 발전전략에서 기인했다.
개인이나 공동체,나아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도 국가에 맡겼던 관행의 결과 국가의 책임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반면 지역의 자율과 책임성은 바닥을 치고 있다.중앙의존의 지방재정은 도덕적 해이로 인해 낭비의 대명사가 됐다.사회적 갈등과 수도권 집중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지방의 책임감을 제고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안이 있다.그 중에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가 자치분권이다.자치분권은 지방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지방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그동안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까지 차지해 행정적 비효율을 높였고 지방의 자치능력을 저하시켰다.참여정부 이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자치분권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미흡한 수준이다.자치분권이 고도의 행정적 전문성과 권력투쟁적 정치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전자는 자치분권의 내용이 전문적이고 복잡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며 후자는 자치분권과 중앙부처를 포함한 반분권파와 지방과의 권력투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자치분권이 논의되는 동안 중앙의 핵심부처는 행정적 전문성을 앞세워 자치분권에 항상 반대했다.그들에게 자치분권은 권력투쟁에서 패배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새로운 대통령 취임으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성실하게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크게 퍼져있기 때문이다.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어느 대통령 후보들보다도 자치분권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이었다.특히 강원도를 특별자치도로 발전시킬 것을 공약하기도 했다.이제는 강원도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강원특별자치도의 내용을 제시할 차례다.강원도의 군사,환경,지리적 특수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 특별자치도의 정당성을 홍보해야 한다.이와 더불어 특별자치도에 부합하는 강원도민의 단결된 역량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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