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선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 황인선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2017춘천마임축제가 지난 달 28일 막을 내렸다.8개월 동안 준비하며 축제에 참가한 7개국 60개 팀 500여명의 아티스트와 300여명의 봉사자들은 지금 행복한 탈진상태다.올해 마임축제는 지난 달 21일 “예술과 시민의 힘으로 시를 점령한다”는 슬로건을 담은 개막난장 ‘물의 도시!아수라장’을 시작으로 주중 5일간 ‘봄의 도시’기간에 ‘찾아가는 마임’을 시도해 브라운 5번가와 애니메이션박물관 일대 그리고 스무숲공원 등을 찾아 공연했다.동네와 상가가 예술과 흥으로 들썩였고 병원·학교·교육회관도 찾아가 꽃도 나누고 예술의 마음도 나눴다.

그리고 지난 달 26일 밤부터 2박 3일동안 수변공원에 ‘불의 도시’를 세웠다.창작중심 단디의 하늘을 나는 ‘천공의 꽃’ 공연으로 시작해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일본 등 국내외 50여개 팀 공연과 국내 최초로 소개된 예술불꽃 화랑의 화염 퍼포먼스가 펼쳐졌다.또 입구에서 관객들에게 삐에로 코를 전달했다.삐에로 코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가면이다.그 가면을 쓰면 우리는 일상을 벗고 배우가 된다.작은 가면은 우리를 웃게 하고 화해하게 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힘이 있다.밤이 깊어가고 ‘불의 도시’도 잠시 지치면 관객들은 땅을 파 만든 불 옆으로 모여든다.곳곳에서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서 축제는 예술과 불을 토하고 일상을 깨웠으며 모두를 정화시켜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힘을 줬다.불이 꺼질새라 장작도 넣는다.그 장작은 곧 우리의 염원일 것이다.희망의 불이 꺼지지 않길 바라는 ‘불의 도시’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이번 ‘불의 도시’ 난장에는 두가지 의미를 더 담았다.하나는 작년 10월부터 국민이 촛불과 횃불을 들어 만든 불의 나라의 시대 개막을 자축하며 위대한 국민의 불을 계속 이어가자는 다짐이고 다른 하나는 임박한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이다.모두 국민이 만든 것이고 만들어가야 할 것들이다.축제는 제의성과 예술 그리고 시대의 바람을 담아 해원하는 기능을 한다.춘천마임축제의 물·봄·불 테마는 이런 바람을 담기 적합하고 국내 예술축제 중에서도 유일하다.또 예술축제는 예술임과 동시에 지역마케팅 기능을 한다.예술로 지역을 만들고 지역을 알고 지역을 알린다.이번 축제 기간 중 관객들은 관찰자나 비판자가 아닌 주체자가 돼 프로슈머(Prosumer) 그리고 크리슈머(Cresumer)로 참여했다.축제는 결국 시민이 그 끝을 완성한다는 것을 거듭 깨달았다.마임은 언어를 통하지 않는 또는 언어를 넘는 모든 표현행위를 포괄한다.무언극,광대짓,마술,춤 등을 통해 공감,의외성,일탈 등을 언어가 아닌 방식으로 표현한다.공연,교육,창의로 역할이 확대되기에 아주 좋은 예술적 장치인 것이다.마임이 단순 흉내나 잡극 공연 프레임을 떠나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그래서 마임은 춘천을 메카로 하면서 전국 단위로,모든 계층으로 또 다양한 의미를 창출하기 위해 더 확장되어야 한다.

춘천을 사랑하고 마임을 사랑하고 축제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2017춘천마임축제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춘천마임축제는 곧 30주년을 맞는다.지난 1989년부터 먼 길을 왔다.이제는 ‘마임 2.0’을 열어야 할 때가 됐다.‘춘천 2.0’도 함께 열면 좋겠다.그것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결국 시민이다.마임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더 큰 에너지의 폭출(暴出)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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