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는 아프다.쓸쓸하고 외롭다.속 깊은 울음이 곳곳에서 묻어난다.‘삶이 곧 고통’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접시꽃 당신’으로 백만 독자를 가졌던 그였지만 재혼과 함께 “너는 끝났어”라는 비난을 받는다.몸이 아파 교직에서 물러났을때,국회에 진출했을 때도 “당신은 끝났다”는 얘기가 퍼졌다.그 때마다 그는 “의롭게 살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시대가 맡긴 책무를 다하며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다.해직교사에서 교육운동가 국회의원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지명된 도종환시인 이야기다.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고 말한 도 의원은 ‘화인(火印)’에서 “사월에서 오월로 건너오는 동안 내내 아팠다/자식잃은 많은 이들이 바닷가로 몰려가 쓰러지고/그것을 지켜보던 등대도/그들을 부축하던 이들도 슬피 울었다/…/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쉽게 말하지 마라/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있을 아픔이었다/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고 썼다.

한 인터뷰에서는 “살면서 수많은 벽을 만났다.어떤 벽도 나보다 강하지 않은 벽은 없었다”고 고백했다.그러면서 “벽에서 살게 됐다는 걸 받아들였다.비슷한 처지에 있는 잎을 찾아가 손을 잡고 연대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는 담쟁이처럼 살기로 했다”고 했다.한 때 “제 사랑은 줄이 끊긴 악기처럼 소리가 없었습니다”고 했지만,이제는 “한 사람을 사랑하듯 이 땅의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숱한 역경과 고통을 극복한 그였기에 그의 말속에 담긴 의미가 남다르다.

‘권력을 좇는 사람은 시를 쓸 수 없다’고 했지만 도종환은 다르다.여전히 시를 쓰고 시집을 낸다.고 노무현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시 ‘운명’에서 그는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당신이 이겼습니다/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우리들이 이겼습니다”고 했다.그런 그가 ‘문화를 사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문화체육관광부를 어떻게 개혁할지 궁금하다.“내가 해냈다”고 선언할 수 있기를….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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