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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소통

도민시론
박미숙 전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박미숙 2017년 06월 07일 수요일
▲ 박미숙 전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 박미숙 전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나영석 피디의 예능 프로그램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연이은 인기몰이의 이유도 바로 이 점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한마디로 말하면 ‘다양성의 소통’이라고 이름 할 수 있겠다.최근 종영한 ‘윤식당’과 그 후속작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이를 잘 보여준다.먼저 ‘윤식당’은 남녀의 비율이나 연령별 조합이 인상적이다.다양한 연령대의 인물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그들만의 소통과 연대를 보여주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베테랑 배우 신구의 역할이었다.그는 여든이 넘는 나이지만 음료주문과 홀서빙을 담당한 사십대 배우 이서진 상무를 보조하는 아르바이트 꽃할배 역을 충실히 수행했다.반면 주방에서는 칠십대 여사장 윤여정이 요리를 담당하고 삼십대 정유미는 그를 보조했다.그렇게 그들은 낯선 땅에서 팀워크를 발휘하여 식당미션을 충실히 수행했고,일과를 마치면 삼사십대 젊은 배우들이 노배우를 극진히 챙기는 모습에 훈훈한 미소가 절로 났다.

그 후속작 ‘알쓸신잡’은 이와는 또 다른 다양성의 소통을 보여준다.(물론 남자들만의 조합이라 아쉬움은 있다.) 아직은 1회밖에 방영되지 않아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지만 다양한 나이와 직업의 출연진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는다.음식평론가,전직 장관,소설가,과학자,가수 등 전혀 다른 직업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여행을 하며 아무런 부담 없이 나누는 대화로 세상과 인생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지혜를 알려주는 프로그램 형식은 시청자들이 조금 산만한 이들 수다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세상과 인생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식 지평을 넓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들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르다.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들이 관심과 인기를 모으는지도 모르겠다.언제부턴가 한국사회에서는 세대와 성별과 직업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이런 이유로 서로 혐오하고 폄훼하는 용어들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가스통할배’나 ‘잉여’ ‘꼰대’ 혹은 ‘한남충’ ‘김치녀’ 혹은 ‘맘충’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들이 바로 그렇고,때로는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기레기’나 특정 종교를 비난하는 ‘개독’,외국인이나 타인종을 비하하는 ‘흑형’이나 ‘외노’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성별이나 직업,세대 간의 갈등의 폭이 깊어진 원인은 무엇일까?물론 거기에는 많은 사회학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한정된 직업을 두고 세대 간 또는 성별 간에 경쟁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교통과 IT기기의 발전이 만들어 낸 급격한 변화와 사회 통합에 대한 두려움을 또 다른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런 갈등을 부추기고 확대하여 기득권을 누리거나 권력 획득에 이용하는 집단들의 행태가 더 불편하다.선거판에서 이 점은 더욱 도드라진다.특정 지역과 특정 연령대를 자극하는 막말이나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낸 어느 대통령 후보의 사례가 대표적이며,그러면서도 그 후보가 얻은 25%의 지지율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극명하게 잘 보여준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이제껏 우리가 갖고 있던 통념들이 또다시 깨지고 바뀌는 세상이 될 것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소유와 공유의 가치가 바뀌는 시대에서 남녀의 성역할에 사로잡혀 있거나 세대 간 갈등에 발목 잡혀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어두울 것이고,개개인의 정신적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세상의 변화 속도에 유연하게 따라기 위해서는 낡은 고정관념에서 얼른 벗어나야 한다.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다양성의 연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개인은 시대의 변화에 뒤쳐진 갈라파고스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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