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립군’
시대가 바라는 리더십과 오버랩
정선·인제 올로케이션 경관 묘미

▲ 영화 ‘대립군’에서 광해(여진구·사진 왼쪽)와 광해의 호위를 맡은 대립군 토우(이정재).
▲ 영화 ‘대립군’에서 광해(여진구·사진 왼쪽)와 광해의 호위를 맡은 대립군 토우(이정재).
임진왜란 당시 피란한 선조 대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 광해와 의병.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이 이야기를 ‘대신 선(代立)’ 이들의 이야기로 새롭게 조명하며 되풀이할 이유를 만든다.영화는 1592년을 배경으로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와 광해의 호위를 맡은 대립군 토우(이정재) 일행의 이야기를 그렸다.풍전등화같던 당시 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대신해야 했던 것은 비단 하층민뿐 아니라 최고권력자인 왕도 마찬가지다.광해는 “천자의 나라에서 죽는 것은 괜찮으나 왜적의 손에 죽을 수는 없다”며 명으로 떠난 선조를 대신해,토우 일행은 군역을 감당하기 싫었던 누군가를 대신해 의병을 모으러 강계로 향한다.유약한 소년 광해를 왕으로 바로 서게 하는 건 민초다.자객과 왜적의 습격 속 험준한 산을 끝없이 넘는 고행길에서 광해에게서 성군의 면모를 본 토우는 대립군이 아니라 백성,나아가 의병으로 스스로 각성하며 광해를 왕으로 섬길 것을 선택하고 그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도록 이끈다.

영화는 예측 가능한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고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종종 등장한다.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전투 장면은 오히려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그럼에도 광해와 토우 일행이 험난한 전투가 이어지는 산행길에서 왕과 백성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서로를 이끄는 과정은 오늘날의 시대가 바라는 이상향과 겹쳐지며 묵직한 울림을 준다.

영화의 또 하나의 묘미는 스크린 속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 장관이다.극 대부분이 험준한 산속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를 전국 방방곡곡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해 광활한 자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았다.도내에서도 정선군 동강·몰운대·구미정,인제군 피아시 계곡,양구군 도솔산 일원 등에서 촬영돼 익숙한 풍경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15세 관람가.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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