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쿠릴열도에서 겨울을 나는 참수리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철새다.주 서식지는 동북아시아의 코랴크산맥과 캄차카반도,사할린섬,아무르 일대로 조사됐다.희귀성이 인정돼 독수리와 검독수리 흰꼬리수리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1973)됐지만, 국내에서 번식지가 발견된 사례는 없다.겨울철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 새가 틀림없다.연어와 송어,멧토끼,물새 등을 잡아먹는 맹금류로 분류된다.우리에게는 경찰의 마스코트로 더 잘 알려졌다.

뜬금없이 이 철새가 화제다.번식지가 발견됐거나 텃새화 등 특이점이 없는데도 뉴스와 SNS를 뜨겁게 달군다.의미와 이미지도 참수리 본래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다.물대포(살수차)가 참수리로 명명되면서 빚어진 현상.경찰은 최근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된 살수차(撒水車)의 이름을 참수리(水利)차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진실’이라는 의미의 우리말 ‘참’자에 한자 물 수(水),이로울 리(利)자를 더해 ‘물을 참되고 이롭게 쓴다’는 ‘참수리(水利)’로 개명(?)했다고.어감이 좋지 않은 살수차 대신 ‘참수리차’로 불러달라는 주문이다.

살수차가 국민들 사이에 회자된 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때문이다.그 이전에는 물대포 정도로 인식됐을 뿐이다.2015년 11월14일 서울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석한 고인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2016년 9월25일 숨졌다.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제기됐으나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중이다.시민사회단체는 백남기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살인행위’라고 주장하며 물대포를 망나니와 같은 뜻의 살수(殺手)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 백남기 농민사건과 관련 경찰은 “잘못이 명확히 밝혀지면 유족에게 충분히 사과 드릴 수있다”고 했다.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 놓았다.그러면서도 살수차를 ‘참수리(水利)차’로 불러달라고 주문한다.모호하다.시민들의 반응도 차갑다.명칭이 바뀌어도 ‘사람에게 물을 쏘는’ 본질은 똑같지 않느냐는 지적이다.경찰의 의도대로 ‘물을 참되고 이롭게 쓰는’ 참수리차라면 쓰임새부터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지.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심을 시원하게 적셔줄 그런 용도로….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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