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보양식

유비무환이라 했던가.‘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무더위에 대비한 보양식 한그릇이면 올 여름 근심이 없을 것이다.수많은 보양식 재료중 가장 보편적인 닭은 다양한 요리가 된다.한숟가락 뜨자마자 관자놀이가 쨍할 정도로 시원한 초계탕,뜨거운 국물에 땀한번 쭉 빼면 어느새 시원함이 몰려오는 삼계탕.보양식계의 냉온탕 대결이라고 할까.어떤 것을 선택해도 실패는 없다.두가지 음식 모두 닭고기의 풍부한 영양소와 깊은 풍미가 담겨 있다.

초계탕

닭육수+동치미 황금 비율
새콤 식초 알싸한 겨자 조합
비만 예방·부종 개선에 도움


언제 봄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낮 기온이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요즘이다.시원한 초계탕 한그릇으로 스멀스멀 다가온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 못하게 ‘초’를 쳐본다.

닭한마리 푹 삶아 우려낸 닭육수를 차게 식힌 후 동치미 국물과 황금비율로 섞어준다.그 다음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다.삶아낸 닭고기를 잘게 찢어 마련해둔 육수에 만다.적채,양상추,파프리카,샐러리같은 색색의 채소 고명을 올린다.이름 그대로 ‘초를 친’닭요리 ‘초계탕(醋鷄湯)’의 대략적인 조리법이다.

살얼음 낀 육수를 휘휘 저어 닭고기와 채소가 잘 섞이게 한 다음 한숟가락 크게 입에 넣는다.시원하고 새콤하고 톡쏘는 한입에 한쪽 눈이 저절로 감긴다.겨자의 알싸함을 참지 못해 눈과 입은 닫고 코로 ‘흐음~’숨을 내뱉으면 눅눅한 스트레스마저 몸속에서 빠져나간다.

잰 숟가락질에 어느덧 국물만 남는다.아쉬워할 필요는 없다.초계탕의 마무리 국수말이가 남았기 때문이다.특히 밀보다는 서늘한 기운을 가진 메밀국수가 제격이다.

초계탕은 1930년대 이석만의 ‘간편조선요리제법(簡便朝鮮料理製法)’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등에 기록이 남아있는데,예부터 궁중연회나 양반가에서 즐기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지금은 대중화됐지만,닭 한마리도 귀하던 시절 정조의 어머니,사도세자의 비였던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초계탕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 한그릇이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초계탕의 주재료 닭고기는 100g당 126㎉로 이중 단백질이 20g,지방은 4~5g으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게다가 비타민 B2가 많고 그외 칼슘과 인,비타민A·B1 등이 함유돼 있어,사계절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초계탕은 닭고기를 푹삶아 기름기를 제거한 뒤 사용한다.또한 고명으로 올리는 각종 채소는 부족한 식이섬유를 채울 수 있게 해준다.특히 양배추와 양상추에는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을 조절해줘 부종개선에 도움을 준다.

초계탕의 또다른 주인공 식초는 기원전 5000년부터 만들어 먹기 시작해 술과 함께 인류 식역사에 있어서 가장 오래된 발효식품 중 하나다.

또한 살균작용으로 음식이 쉬이 변하지 않게 한다.식초의 역할로 초계탕은 냉장시설이 변변치 않던 그 옛날 한여름 만들어 먹기 좋았던 음식이다.초계탕에서 식초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국물을 상큼하게 만들어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돋운다.식초의 아미노산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억제,비만예방에도 효과가 있다.이런 초계탕은 체형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한끼 메뉴다.

불필요한 영양소는 버리고 알짜배기만 모은 초계탕으로 더위에 ‘초’를 쳐보자. 김영희

전복삼계탕

뽀얀 국물에 걸쭉한 찹쌀죽
원기 회복·체력 보충 탁월
육지·바다 모두품어 담백

6월 여름이 다가오면서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쉽게 지치는 요즘이다.여름이 되면 으레 몸보신을 위한 음식을 찾게 되는데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보양식은 단연 삼계탕이다.뜨거운 까만 뚝배기에 삼계탕의 푹 고은 닭고기와 뽀얀 국물,걸쭉한 찹쌀죽까지 먹고 나면 무더위로 빠져나간 몸의 기운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우리 조상들은 몸을 데우는 삼계탕을 보양음식으로 즐겼다.닭고기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오장육부를 안정시켜 준다.더운 여름 따뜻한 성질의 닭고기를 먹어 몸의 온도와 바깥온도를 맞추고자 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자세히 살펴보면 백계탕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메티오닌과 니아신이 풍부한 닭과 인삼,대추,찹쌀,마늘 등의 각종 재료가 첨가돼 기력을 회복시켜주고 여름철 냉해지기 쉬운 몸속을 따뜻하게 한다.또 여름 원기 회복뿐만 아니라 환절기 면역력 강화,체력 보충에도 효과가 있다.특히 삼계탕의 모든 재료는 어디서든지 구하기 쉽고 조리법도 비교적 간단하다.최근 삼계탕은 변신을 하고 있다.삼계탕만으로도 여름철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삼계탕에 다른 재료들을 넣어 영양을 배가시킨 고급 삼계탕을 선보이는 곳들도 많다.누룽지삼계탕,녹두삼계탕,황기삼계탕…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복삼계탕’이다.삼계탕에 싱싱한 전복 한두마리 추가하면 눈이 확 뜨일 정도로 호화로운 보양식이 된다.조개류 가운데 가장 맛이 좋고 귀해서 ‘조개류의 황제’로 불리는 게 전복이다.삼계탕에 전복을 넣어 끓이면 닭고기에서 나온 기름기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어 더욱 담백한 맛의 삼계탕을 즐길 수 있다.

따뜻한 성질의 닭과 차가운 성질의 전복이 만나 찰떡궁합을 이루는 것이다.전복의 내장이 함께 들어가 고소한 맛이 나며 영양 또한 풍부하다.육지와 바다의 영양을 모두 담은 한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특히 전복삼계탕은 전복이 제철인 봄에서 여름 사이에 먹는 것이 가장 좋은데 전복은 단백질이 풍부하며 각종 무기질이 많아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주고,해산물에 많은 타우린은 원기회복에 도움이 된다.다만 삼계탕에 전복을 넣을 때는 닭이 익은 후 먹기 전에 넣는 것이 좋다.전복을 너무 오래 끓이면 오히려 질겨지기 때문이다.또 전복은 물이 많아 죽은 후 바로 부패를 시작하므로 살아있는 싱싱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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