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
창작집단 쵸크24, 고성 공연
윤동주 삶·시 세계 강한 여운

▲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 공연이 지난 10일 오후 고성 왕곡마을 일원에서 색다른 공간체험형 무대로 펼쳐져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 공연이 지난 10일 오후 고성 왕곡마을 일원에서 색다른 공간체험형 무대로 펼쳐져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을 전체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창작집단 쵸크 24(대표 장태준)가 지난 10일 고성 왕곡마을 일원에서 선보인 공간체험형 공연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劇)’은 오히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냈다.

이날 공연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동주 생가의 모습과 흡사한 고성 왕곡마을 일대에서 변유정,이지현,장태준 3인의 연출가가 옴니버스식으로 선보였다.공연은 왕곡마을 전역을 이동하는 배우들을 쫓아 관객이 함께 뛰어다니며 진행됐다.

가장 이동이 많았던 첫 공연은 연못에서 시작돼 정미소,교회당 언덕,그네마당으로 계속 무대가 변했지만 아이들이 선보이는 윤동주의 동시 여행에 너나할 것 없이 동심으로 흠뻑 빠져들어 공연에 집중했다.특히 관객이 듣고 싶은 동시를 아이들이 종이 메가폰을 통해 귓가에 속삭이는 부분은 관객에게 낭만적 경험을 선사하며 만족감을 자아냈다.옆 개울로 무대를 옮긴 두 번째 공연에서는 분위기가 반전됐다.너울 너머 풀숲이 무대로,돌길이 객석이 돼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의 고뇌가 움직임으로 펼쳐졌다.환히 뜬 보름달 아래 개구리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진행된 무대는 오히려 인위적으로 꾸며진 실내 공연장의 무대보다 배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했다.150여명의 관객은 그들의 몸짓에 눈을 떼지 못했고 공연에 집중한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고성 외딴 산골 빈집에 숨어 살던 세 아이가 윤동주의 시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마지막 무대는 실제 왕곡마을의 한 가옥에서 펼쳐져 사실감을 더욱 높였다.특히 절정 부분에서 극중 배우가 실제 밤하늘에 뜬 별을 하나둘 가리키며 ‘별 헤는 밤’을 읊을 때는 실내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몰입감과 전율을 선사했다.야외 이동 과정에서 안전상 다소 우려되는 상황도 있었고 실제 고성 지역 아이들이 출연하면서 공연 순서를 잊는 귀여운 실수도 연출됐다.그러나 왕곡마을이 품은 감성을 배경으로 3인의 연출가가 갖가지 개성으로 펼쳐 보인 신선한 공연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관객의 오감을 고루 자극하며 윤동주의 삶과 시 세계에 대한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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